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방한(訪韓) 당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금관 선물을 받은 것에 대한 보답으로 강경화 주미대사를 통해 ‘백악관 황금 열쇠’를 보내왔다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밝혔다. 지난 17일 강 대사가 신임장을 제정하고 환담을 가졌을 때다. 강 실장은 “5개 제작된 황금 열쇠 중 마지막 남은 1개”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郎) 전 일본 총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 열쇠를 받았다고 했다. 트럼프는 1기 때부터 열쇠 모양의 기념품을 제작해 기회가 될 때마다 이를 불출(拂出)했고, 대통령이 아닐 때도 이를 선물해 그의 대선 도전과 맞물려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트럼프의 황금 열쇠 기념품이 대중의 주목을 받은 건 지난 2020년 4월 16일 그가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트럭 운전사들을 불렀을 때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기 침체 속 트럭 업계가 ‘화물 절벽’을 맞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는데, 트럭 운전사 4명을 초청해 행사를 주최한 것이다. 트럼프는 “모든 미국 국민을 대표해 고마움을 표시한다”며 황금 열쇠를 선물했는데, 강 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과 동일한 모양이다. 당시 이 열쇠를 두고 미국 언론들은 “미스터리한 열쇠의 용도는 다소 불분명하다”(비즈니스 인사이더)라고 전했는데, 백악관 대변인실은 이와 관련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면서 모든 미국인을 위해 놀라운 일을 해준 운전자들에 감사를 표하기 위한 기념품”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대선에 도전하던 시절에도 아소에게 이 열쇠를 줬는데, 현직 대통령 신분이 아님에도 백악관 열쇠를 선물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트럼프 1기가 끝난 뒤 일부 물량이 경매 사이트에도 풀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2023년 9월 13일 한 열쇠가 3670달러(약 530만7900원)에 팔린 기록이 있다. 강 실장은 페이스북에서 황금 열쇠가 “5개(만) 제작됐다”고 설명했는데, 트럼프는 2기 들어서도 이 열쇠를 계속해서 주요 정상에게 선물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8월에도 트럼프는 백악관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마터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유럽 10여 개 정상에게 이 열쇠를 선물했다. 당시 트럼프와 유럽 정상들의 회동 장면을 보면 집무실 내 대통령 전용 책상인 ‘레졸루트 데스크(resolute desk)’에 열쇠가 든 나무 상자가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마크롱은 이 열쇠를 들고 트럼프 안내를 받아 백악관 내 기프트룸을 둘러봤다.
트럼프가 ‘평화 협정’을 중재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도 지난 8월 백악관을 찾아 합의에 서명했다. 역시 알리예프를 기프트룸으로 안내한 트럼프는 배우자를 위해 직접 스카프를 골라 건넸는데, 당시 참모들에게 자신이 직접 디자인했다는 ‘백악관으로 가는 열쇠’를 언급하며 알리예프의 선물 가방에 꼭 열쇠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지난 2020년 9월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회담 장면을 보면, 트럼프가 이 열쇠를 선물하며 “이건 나와 퍼스트레이디(멜라니아 여사)가 주는 특별한 애정의 토큰(token)”이라며 “오랜 시간 동안 당신은 위대한 리더였다”고 했다. 네타냐후는 여기에 “대통령님은 모든 우리 이스라엘 국민의 (마음을 여는) 키(key)를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