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매년 성탄 전야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실시하는 ‘산타 추적 프로그램’ 관련 사진. /미 국방부

미군이 매년 성탄 전야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실시하는 ‘산타클로스 추적 프로그램’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한 산타의 여정을 추적하며 호위하는 이 이색 임무는, 냉전 시기 산타와의 통화를 원했던 한 어린이의 순진무구한 전화에서 비롯됐다. 이제는 첨단 기술이 동원된 하나의 ‘연말 전통’이자, 각종 갈등으로 얼룩진 삭막한 세상에서 어린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한 특급 ‘동심 수호작전’으로 자리 잡았다.

23일 미 국방부(전쟁부)에 따르면 NORAD는 올해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 추적 작전을 가동한다.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산타가 선물을 나르는 과정을 NORAD가 어떻게 포착하고, 돕는지를 상세히 소개하며 “70년간 이어진 특별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NORAD는 일 년 내내 북미 상공을 방어하므로, 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완벽한 능력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타클로스가 타는 썰매. /AFP 연합뉴스

산타 추적은 산타가 타는 썰매가 노스폴(North pole·북극)에서 ‘이륙’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NORAD는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에 설치된 49개의 ‘북부 경고 시스템(North Warning System)’ 레이더를 통해 산타의 출발을 포착한다. 이후 미사일 발사 감시에 사용되는 통합 조기경보 위성이 투입된다. 이 위성에는 적외선 센서가 장착돼 있어 열 신호를 감지하는데, 미 국방부는 “(산타 썰매를 끄는 순록) 루돌프의 코에서 나오는 적외선 신호가 미사일과 유사해 산타의 위치를 정확히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중에서는 최신예 전투기 투입돼 산타 썰매를 ‘호위’한다. 미 공군의 F-15, F-16, F-22 전투기와 캐나다 공군의 CF-18 전투기가 출격해 뉴펀들랜드 해안 인근에서 산타를 맞이한 뒤 북미 대륙 상공을 안전하게 통과하도록 지원한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산타를 향해 기체를 좌우로 흔드는 ‘윙 팁’ 인사를 보내며, 때로는 ‘기념사진’을 촬영한다고 한다. NORAD는 우주에 배치된 촬영 시스템을 통해 이른바 ‘산타 캠(Santa Cams)’을 운영하는데, 산타의 비행 장면을 포착해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공개한다는 설정이다.

미군이 매년 성탄 전야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실시하는 ‘산타 추적 프로그램’ 관련 사진. /미 국방부

이 산타 추적 서비스는 1955년 우연한 전화에서 비롯됐다. 콜로라도주(州)에 있던 NORAD 전신인 대륙대공방위사령부(Continental Air Defense Command Operations Center) 작전센터로 한 어린이의 전화가 걸려온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백화점 신문 광고에 잘못 인쇄된 전화번호로 대륙대공방위사령부 작전센터에 전화가 걸려왔는데, 근무 중이던 해리 슈프 공군 대령이 산타인 척 응대하면서 전통이 만들어졌다. 이 전통은 1958년 NORAD 창설과 함께 아예 ‘공식 임무’로 이어졌다.

70년 세월 동안 산타 추적 서비스는 거듭된 기술 발전을 반영하며 지금은 하나의 첨단 작전으로 진화했다. 초기에는 전화 응대 정도에 그쳤지만, 현재는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 소셜미디어, 인공지능(AI) 기술까지 활용해 ‘동심 수호’에 일조한다. 공식 웹사이트(NORADSanta.org)에서는 카운트다운 시계와 영상, 게임이 제공되며, 서비스 언어는 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일본어·중국어·한국어 등으로 확대됐다. 한국어 서비스는 2023년부터 추가됐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기준 NORAD 산타 추적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약 3200만 명에 달했고, 자원봉사자들은 약 38만 통의 전화를 받았다. 소셜미디어 팔로워도 페이스북 190만 명, 엑스(X) 20만 명, 인스타그램 약 3만 명에 이른다.

국방부는 “전국의 가정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가운데, 우리는 전 세계 곳곳에서 경계를 서며 자유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용감한 전사들을 떠올리게 된다”며 “산타 추적은 70년간 이어져 온 NORAD의 가장 따뜻한 전통”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국(APHIS)은 지난 22일 “북극에 사는 ‘S 니컬러스 클로스(산타)씨’와 순록이 미국 안팎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특별 허가(special permit)’를 내줬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이 순조롭게 전파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농무부 역시 매년 산타와 순록이 원활하게 미국을 오갈 수 있게 이 같은 특별허가증을 발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