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 “2025년은 경제적 이념과 관계없이 관세의 해로 기억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미국의 재산업화를 가속화하고, 미국 수출품의 시장 접근성을 개선해 미국 내 생산을 촉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화가 2023년 말 인수했고, 관세 협상 과정에서 대미(對美) 투자의 상징으로 거듭난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언급하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포함한 12척의 상선 주문을 받았는데 거의 50년 만에 이곳에서 건조되는 첫 번째 선박”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 수장인 그리어는 이날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국제 무역은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고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역 패턴이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는 취임 후인 지난 4월 각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했고, 특정 수입 제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를 매길 수 있게 한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활용해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등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했다. 그리어는 “제조업, 농산물 분야에서 확대되는 무역 적자는 미국에 치명적이었다”며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관세와 협상을 통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어는 트럼프가 유럽연합(EU)과 한국·일본 등과 잇따라 무역 협정을 체결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거나 이를 대폭 감축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했다. 또 “비관세 장벽을 철폐 또는 간소화하고 디지털 서비스 기업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했는데 그리어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해외 경쟁 당국의 규제에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달 중 예정됐던 연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가 내년 초로 연기된 것도 디지털 규제를 놓고 한미 간 이견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어는 “파트너 국가들은 비(非)시장적인 관행을 조치하는 데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어는 트럼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제조업 부활과 관련해 “산업 주도권을 잃는 데 수십 년이 걸렸듯이 이를 재건하는 것도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분명히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그럼에도 필라델피아 조선소가 12척의 상선 발주를 받은 것을 언급하며 “거의 50년 만에 이곳에서 건조되는 첫 번째 선박이다” “재산업화를 위해서는 더 나은 기술, 노동력, 규제, 세금 및 에너지 정책 등 현명한 무역 정책 이상의 것들이 필요하고 (우리의) 계획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보게 돼 기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