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화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자유와 인권을 위한 워킹그룹(가칭)’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과 관련해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등에 우리 정부를 상대로 ‘긴급 탄원’을 낼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발송했다고 21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통과를 주도하고 있는 이 법은 단순 오인이나 착오로 생산된 허위 정보의 유통까지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위헌(違憲) 시비가 제기됐고,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친여(親與) 성향 시민단체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류 변호사 등은 의견·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인권 옹호, 법관과 변호사 독립성 등 유엔 내 4개 특별보고관실에 긴급 탄원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보냈다. 류 변호사와 함께 박상수·설주완·전상범·조상현 변호사가 진정서에 이름을 올렸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진정서 내용을 검토해 합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우리 정부를 상대로 권고안을 담은 긴급 탄원을 보낼 수 있다. 4년 전 민주당 주도로 ‘가짜·조작 뉴스’에 대한 징벌적 배상 규정이 담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 시도가 이뤄질 당시 아이린 칸 특별보고관이 우리 정부에 문제 제기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어 개정안의 문제점까지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이런 국제 사회 압박은 당시 정부·여당이 개정안을 철회하는 계기가 됐다.
류 변호사 등은 “법안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광범위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전례 없는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은 비례성·합법성, 법치주의 원칙 등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이 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개정안에 따라 ‘가짜 뉴스’의 해석과 적용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가짜 또는 조작된 뉴스, 혐오 발언을 규제할 수 있는 덜 침해적인 조치들이 존재한다”며 “표현의 자유에 가져올 위험이 (개정안 통과에 따른) 가능한 어떤 이익보다도 훨씬 더 크다”고 했다.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여권 내에서도 위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20일 일부 조문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류 변호사 등은 “이 법안이 한국 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나라 지도자들이 비판자, 반대자를 침묵시키기 위해 모델로 활용할까 우려된다”며 “일부 독재 성향 정부 지도자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의 사례를 인용하며 탄압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려먼서 “특별 보고관의 신속하고도 강력한 개입이 중요하다”고 했다.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과거 우리 정부가 대북 전단 금지법 제정, 월북(越北)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피살 내용 은폐 등 국제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일들을 추진할 때 이를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