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김 민주당 상원의원(가운데)와 부친 김정한(맨 왼쪽)씨. /조선일보DB

“중년의 미국인들이 허우적대고 있고, 앤디 김은 그들에게 구명보트를 던져주고 싶어 한다.”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처음 연방 상원에 입성한 앤디 김 민주당 의원이 최근 부친의 알츠하이머병 진단 사실을 공개했다. 부친 김정한(78)씨는 경남 밀양 출신으로 1970년대 미국으로 유학을 왔고, 유전 공학자로 암과 알츠하이머 질환 치료법을 연구하는 데 일생을 보냈다. 자신을 자식과 부모 모두 부양해야 하는 낀 세대인 ‘샌드위치 세대’로 규정하는 김 의원은 이를 계기로 의료 체계 개선, 돌봄 문제에 관한 초당적인 해결책을 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국에 100명밖에 없는 상원의원이라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데도 “의료 서비스, 돌봄에 관한 문제들로 고심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더 힘들어하겠느냐”하는 문제 의식이다.

김 의원은 뉴저지주(州)에서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3선(選)을 했고, 지난해 상원 선거에 도전해 당선됐다. 이런 화려한 성공 뒤에는 소아마비를 앓아 몸이 불편하고 녹록지 않은 여건에서도 아들을 뒷바라지하고, 캠페인까지 뛴 부친의 노력이 있었다. 김 의원은 “어렸을 때 부모님이 내 손을 잡고 의회 의사당 앞으로 와서 이 공간이 얼마나 신성한 것인지를 얘기했다”고 했다. 부친은 지난해 아들의 상원 선거 유세를 지원하던 중 주차장에서 발을 헛디뎌 대퇴골이 부러졌는데, 병원에선 골절보다 혼란스러운 상태를 더 문제시했다. 의사가 아들의 직업을 묻자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고, 자신이 과거 무슨 일을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김 의원은 상원 당선 후 부친이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에서 평생 알츠하이머를 연구한 김씨가 78세의 나이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게 된 것이다.

앤디 김 민주당 상원의원. /연합뉴스

김 의원은 최근 대중문화 잡지 베니티 페어 인터뷰, 상원 취임 1년 본회의 연설 등을 통해 이런 사연을 공개하며 “수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현실을 이해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지난 9일 동료 의원들 앞에서 “제가 아버지를 휠체어에 옮기고, 장애가 있는 몸을 씻겨 드리는 일은 돌봄의 한 예에 불과하다”며 “이 회의장에 모인 우리는 지금 치유가 필요한 이 나라의 ‘돌봄 제공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한 주에 2명씩 선출해 임기 6년을 보장하는 상원의원은 웬만한 나라의 지도자보다도 영향력이 크지만, 김 의원 역시 늘어나는 돌봄 비용에 “내 월급의 전부가 거의 아버지를 돌보는 일에 쓰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부친의 진료 예약을 잡고, 병원과 상원을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한다.

김 의원은 ‘돌봄’ 의제를 자신의 주요 의정 활동 목표로 공식화했는데 메디케이드, 간병인에 대한 재정 지원, 알츠하이머병 치료 연구 같은 의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미국의 중년이 허우적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최근 대두되고 있는 사회 문제들이다. 의회의 정치 지형이 그 어느 때보다 양극화됐다는 평가를 받지만, 김 의원은 새로운 입법을 위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물론 공화당 존 튠 원내대표와도 아이디어를 논의했다고 한다. 그는 “알츠하이머병이 알츠하이머를 세상에서 없애려던 아버지의 노력과 기억을 지워버리는 모습을 보며 이번에는 해피엔딩이 없을 것 같다”면서도 동료의원들이 ‘특별한 연대감’을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