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이사장 김동석)는 19일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 등록법’이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돼 법제화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법은 국무부가 북한에 가족을 둔 한국계 미국인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비공개 등록 명부를 작성하고, 향후 미·북 대화가 이뤄질 경우 이들의 상봉 문제를 반드시 협상 의제로 포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간 남북 이산가족 상봉 과정에서 배제됐던 한국계 미국인의 이산가족 문제를 제도적으로 다룰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처음 마련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의회가 매년 채택하는 NDAA는 그해의 당면한 외교·안보·국방 현안을 총망라하고 있는데, 지난 2022 회계연도 법안에도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된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후 KAGC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가 나서서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 등록법안(H.R.1273)’ 통과를 위해 나섰다. 지난 1월 시작된 119회기에서는 한국계 영 김 공화당 하원의원, 수하스 수브라만냠 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상원에서도 거물인 공화당 테드 크루즈·민주당 팀 케인 의원이 초당적으로 참여해 강력한 입법 동력이 형성됐다. 다만 커뮤니티·인권 관련 법안이 단독으로 양원(兩院) 모두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을 고려해 법안 내용을 NDAA 내 부수 조항으로 포함하는 전략이 추진돼 지난 18일 상·하원 본회의를 모두 통과했다.
법안은 북한인권특사, 영사국 차관보, 또는 국무장관이 지정하는 인사가 주도해 향후 상봉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하도록 명시했다. 이를 위해 국무부는 비공개·내부용 ‘국가 등록명부(registry)’를 구축해야 한다. 명부가 있으면 행정부가 바뀌어도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미·북 간 직접 대화가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국무장관이 한국계 미국인의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반드시 의제로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진행 상황을 북한인권법에 따른 정기 보고서에 포함해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북한인권법은 의회에서 3년 넘게 재승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최근 영 김 의원이 재승인 법안을 발의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의 내년 4월 방중(訪中)을 계기로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송원석 KAGC 사무총장은 “이번 성과는 한인 사회의 풀뿌리 정치 참여가 만들어낸 결실”이라며 “유관 단체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없었다면 법안의 통과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KAGC의 경우 법안 발의 단계에서 소속 정당이 다른 영 김(공화), 수브라만냠 의원(민주) 간 가교(架橋) 구실을 해 두 의원이 법안을 이끌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KAGC가 주관하는 ‘대학생 대표자 회의’에 참여한 학생들이 상·하원 의원실을 직접 방문해 법안 지지를 요청하는 활발히 이어졌는데, 의회에는 KAGC의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자리를 잡은 한국계 직원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1996년 뉴욕·뉴저지에 설립된 KAGC는 한국계의 적극적인 시민 참여를 통한 미주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도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