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7일 워싱턴 DC 모처에서 식사를 하던 중 수십 명의 손님 앞에서 반전(反戰) 단체 활동가들로부터 항의를 들었고,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리를 떴다고 인터넷 매체 노투스(NOTUS) 등이 보도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생중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지난 11개월 동안의 경제 성과를 ‘자화자찬’하기 직전에 일어난 해프닝이다. 베선트가 “음식에 침을 뱉고 자리를 떠났다”는 얘기도 나왔다.
18일 소셜미디어에는 베선트가 워싱턴 DC 북서부 애덤스 모건의 레스토랑 ‘레벨러스 아워’에서 식사를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러던 중 반전 단체인 ‘코드 핑크’ 활동가로 보이는 한 여성이 마이크를 잡고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매년 60만명이 죽고 있다”며 “당신의 손에 피가 묻었고,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했다. 이 활동가들은 추후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는 “베선트는 트럼프가 정부 성과를 (대국민 연설을 통해) 발표하기 직전에 워싱턴 DC를 급하게 빠져나오려고 여기 있는 것”이라는 조롱성 메시지도 던졌다.
영상을 보면 베선트는 식사를 하다가 화가 난 듯 “당신은 무지하다”며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관계자에게 조치를 해달라고 여러 번 항의하더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식당을 떠났다. 마침 이 광경을 노투스에 근무하는 한 기자가 현장에서 목격했는데 “베선트는 곧바로 레스토랑을 떠났고, 목격자들은 그가 화가 난 상태였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재무부 비서실은 “베선트가 레스토랑 주인이 다른 손님들을 존중하지 않는 문제의 방해자를 내보내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레스토랑을 떠난 것”이라며 “음식도 형편이 없었다”고 했다.
다만 이런 행동을 놓고는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에는 반대하지만 누구나 평화롭게 식사할 권리가 있고, 사적 자리에서 베선트를 공개적으로 욕보인 것은 예의의 문제지 좌파·우파의 문제는 아니다”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DC에선 종종 점심·저녁을 즐기는 트럼프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목격할 수 있는데, 도시 자체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 보니 이들이 일반 시민으로부터 ‘봉변’을 당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트럼프 역시 지난 9월 백악관 코앞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 ‘조스 시푸드’ 레스토랑을 찾았다가 시위대로부터 “당신은 히틀러”란 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