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비리그(동부 8대 명문대)’ 브라운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용의자가 사망한 채 발견된 가운데 이 인물이 동창 관계로 알려진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도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현지 수사당국은 이 사건의 용의자인 포르투갈 국적 클라우디우 네베스 발렌트(48)가 뉴햄프셔주(州) 세일럼의 한 보관 창고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발렌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발렌트는 지난 13일 로드아일랜드주 주도 프로비던스에 있는 브라운대 캠퍼스 내 7층짜리 배러스 앤드 홀리 빌딩에서, 기말고사를 앞두고 경제학원론 복습 수업이 진행 중이던 강의실에 뛰어들어 총기를 난사했다. 이 사건으로 브라운대 학내 공화당 조직 부회장(2학년) 엘라 쿡(19)과 우즈베키스탄 출신 신입생 무함마드 아지즈 아무르조코브(18) 등 학생 2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수사당국은 또 발렌트가 이 사건 이틀 뒤인 15일에는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라인 소재 건물에서 MIT 누누 로레이루 교수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MIT 핵과학·공학과 소속이었던 로레이루는 교내 플라스마 과학·핵융합 센터에서 활발하게 연구를 수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두 사람이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고등이공대 물리학과에서 함께 공부하는 등 개인적 인연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범행 동기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발렌트는 20여 년 전 브라운대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을 밟다가 자퇴 처리된 인물로, 이 때문에 건물 구조에 익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브라운대 캠퍼스 내 화장실에서 용의자와 마주쳤다는 시민 제보를 토대로 수사를 진전시켰고, 매사추세츠에서 임대한 렌터카와 CCTV(폐쇄회로 TV) 영상 등을 통해 신원을 특정했다. 정작 브라운대 강의실과 주변에는 CCTV가 많지 않아, 인근 주택의 보안 카메라 영상이 주요 수사 자료로 활용됐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발렌트의 미국 입국을 가능하게 했던 ‘다양성 이민 비자 프로그램(영주권 추첨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 이민국에 해당 프로그램의 일시 중단을 지시했다고 설명하며 “이처럼 흉악한 인물이 우리 나라에 들어오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됐다”고 했다.
다양성 이민 비자 프로그램은 합법적으로 이주한 이민자 중 비율이 낮은 국가 출신자를 대상으로 매년 최대 5만명에게 추첨을 통해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신청자의 상당수는 아프리카 국가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 제도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으며, 이 같은 조치는 이번 총격 사건을 계기로 이민 정책 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