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 자신을 두고 ‘알코올 중독자의 성격이 있다’고 평가해 논란이 일고 있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에 대해 “그녀는 훌륭하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델라웨어주(州)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와일스가 계속 비서실장으로 남을 것인가’란 질문에 “그렇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만약 내가 술을 마셨다면 알코올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컸을 것”이라며 와일스를 두둔한 그가 연이틀 재신임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자신에 대한 한 치 비판도 견디지 못하는 트럼프 스타일상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 외에 백악관이나 행정부, 공화당 인사들도 ‘총력 방어’라고 할수 있을 정도로 와일스를 감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특급 대우는 와일스가 트럼프를 1기때부터 보좌하며 두터운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다른 참모의 말은 단칼에 잘라도 와일스의 말은 일단 경청한다”고 했다. ‘얼음 공주’라는 별명처럼 냉철한 조언을 하고, 다른 측근과는 다르게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어 트럼프로부터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
와일스는 컨설턴트·로비스트 등으로 일하다 2015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처음 트럼프와 만나 인연을 맺었다. 지난 대선에서는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트럼프 대승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이때도 와일스는 대외 발언은 거의 하지 않고 캠프 내부의 기강을 잡고 후보 메시지, 전략을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 혼선을 거듭했던 1기 때와 달리 트럼프 정부가 출범 초반부터 비교적 안정적으로 속도감 있게 정책을 낼 수 있었던 건 와일스가 중심을 확실히 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측근들이 와일스를 엄호하는 데는 그가 ‘유일한 문고리 권력’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와일스는 비서실장직을 수락할 때 트럼프에게 ‘누가 집무실에서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지는 내가 결정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고 한다. 트럼프 주변 인물들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역할을 도맡은 것이다. 와일스는 정부 초반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같은 인사도 백악관으로 불러 주의를 줬다. 이번 인터뷰에서 와일스에게 좋지 않은 평을 받은 JD 밴스 부통령 및 주요 인사들이 섣불리 와일스를 비난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와일스의 트럼프에 대한 로열티도 상당하다. 바이든 정부 당시 트럼프가 4건의 형사 기소에 따른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자 “사람들이 그가 겪는 일을 이해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터뜨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