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추종하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 연말 약혼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포문을 연 건 장남 트럼프 주니어다. 트럼프는 최근 백악관에서 열린 연말 파티에서 자신의 장남인 주니어가 베티나 앤더슨과 약혼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 자리에서 “내가 평소엔 열변을 토하거나 큰소리를 치는 데 익숙해서 말문이 막히는 적이 별로 없다”며 “(청혼에) ‘좋아요’라 답해준 베니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플로리다주(州) 팜비치 출신인 앤더슨은 1986년생으로, 컬럼비아대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주니어의 약혼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5년 첫 부인 바네사 트럼프와 결혼해 다섯 명의 자녀를 뒀고, 지난 2018년 이혼했다. 대선 때까지만 해도 킴벌리 길포일 그리스 대사와 공개 연애를 하다 역시 이별했다. 길포일은 민주당 잠룡으로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전 배우자이기도 하다. 현재 모델과 사교계 인사로 활동하고 있는 앤더스는 미국 최연소 은행장을 지낸 해리 로이 앤더슨 주니어의 딸이다. 부모의 뒤를 이어 자선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앤더슨은 “내 평생의 사랑과 결혼하게 돼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여자가 된 기분”이라며 “정말 잊지 못할 주말이었다. 감사하다”고 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매가 인플루언서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강경 보수 성향 로라 루머의 약혼 소식도 공개됐다.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열린 파티 연설 도중 이를 갑작스럽게 공개한 것인데 “언제 결혼하냐?”고 묻자 루머는 “아직 발표도 안 했는데 모른다” “(대통령) 당신이 첫 발표자”라고 했다. 루머는 트럼프의 전용기에 동승할 정도로 대통령과 가깝고,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축출 당시 국가안보회의(NSC) 구조조정에 역할을 하는 등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X(옛 트위터)에서 “내가 발표하기도 전에 대통령이 내 약혼 소식을 공개하고, 내 인생 최고의 남자를 인정해 줘서 감격스럽다”고 했다. 루머의 배우자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미 언론들은 “1년 넘게 교제했고 정계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정치에 정통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과 매가 성향 백악관 출입 기자인 ‘리얼 아메리카 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도 지난 15일 약혼 사실을 발표했다. 그린은 보수 진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친(親)트럼프 인사였지만 최근 트럼프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었고, 이 여파로 2026년 1월 하원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린은 트럼프 시대 언론 지형을 상징하는 인물인데,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을 찾았을 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냐”고 쏘아 붙여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그린이 트럼프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입장이 난처하게 됐지만, 트럼프는 최근 한 행사에서 글렌을 향해 “나는 당신을 좋아한다”며 신임을 재확인했다. 두 사람은 2023년 교제를 시작했는데, 글렌은 그린에 대해 “그녀는 신비로운 존재로 마치 유니콘과 같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