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가진 대국민 생중계 연설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으로부터 엉망이 된 나라를 물려받아 11개월 만에 내가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나라로 만들었다”며 외교·안보,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지난 1년 동안 자신이 이룬 성과를 홍보했다.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도가 1·2기를 통틀어 최저라는 여론 조사가 잇따라 발표되고 고(高)물가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권의 명운(命運)이 걸려 있는 내년 중간 선거에서 민생 현안이 이슈의 중심에 설 조짐을 보이자 이같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독립 선언 250주년을 맞아 모든 군인에게 1인당 1776달러(약 262만원)의 수당을 지급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약 18분 동안의 연설에서 “지난 11개월 동안 우리는 미 역사상 어느 정부보다 더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 왔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나는 난장판을 물려받았고 이를 바로잡고 있다”며 “취임했을 때 인플레이션은 48년 만에 최악이었고, 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수백만 미국인들의 삶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졌다. 이 모든 것은 민주당 정부 시절 발생했다”고 했다. 이어 “바로 그때부터 ‘생활비 부담 가능성(affordability)’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는데, 지지율이 떨어지고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에 연이어 패배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前) 정부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생활비 부담 가능성’은 내년 중간 선거에서도 공화·민주 양당이 치열하게 붙을 주요 전장(戰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나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물가를 빠르게 내리고 있고, 수년 만에 처음으로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며 “추수감사절 칠면조 가격은 지난해 바이든 정부 대비 33% 하락했고, 달걀 가격은 3월 이후 82%가 떨어졌다. 다른 모든 물가도 급속히 하락하고 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자신이 취임한 뒤 민간 분야에서 모든 일자리가 창출됐고, 사상 최대인 18조 달러의 대미(對美) 투자를 유치했다”며 “기록적인 숫자의 기업들이 미국에 돌아오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거의 죽은 것과 다름이 없었는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나라가 됐다”고 했다. 트럼프는 내년부터 각 가구가 감세(減稅) 혜택을 본격적으로 누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연간 1만2000달러를 절감하게 된다” “내년 봄은 관세 효과와 (감세) 법안에 힘입어 사상 최대 규모의 환급 시즌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내년 5월 취임할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대해서는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믿는 사람으로 곧 발표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새해 초부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 부담은 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새해에 미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주택 개혁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 예고했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는 트럼프의 경제 분야 참모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트럼프는 제롬 파월 현 의장이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며 오랜 기간 불만을 표출해 왔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관세에 따른 세수 호황으로 140만명이 넘는 군인에게 이른바 ‘전사 배당금(warrior dividend)’을 각 1776달러씩 지급한다고 밝혔다. 1776년은 미국의 독립 선언이 이루어진 해로 트럼프 정부는 내년 250주년을 맞아 여러 기념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트럼프는 “관세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렸다”며 “우리 군인들만큼 혜택받을 자격이 있는 이가 없다. 군 입대자 숫자가 현재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데, 나는 어느 정당의 정치인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세계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경제 호황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 그 어느 때보다 존중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