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백악관의 실세로 통하는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이 상관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알코올 중독자 같은 성격을 지녔다”고 평가한 인터뷰가 16일 공개돼 미 정가에서 파문과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의 1등 공신인 와일스는 그동안 외부 노출을 최소화했는데, 트럼프는 물론 J D 밴스 부통령 등 정부 고위 인사들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한 사실이 이번 보도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와일스는 “악의적으로 짜깁기한 보도”라고 반박했는데, 이후 트럼프·밴스를 비롯한 정부 인사들이 총출동해 “와일스는 충성스러운 참모”라고 엄호하며 또 한 번 실세 입증을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중 문화 월간지인 ‘베니티 페어’는 이날 백악관 비서실장직에 관한 책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크리스 휘플이 와일스를 인터뷰한 기사를 공개했다. 사상 첫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인 와일스는 트럼프가 지난주 펜실베이니아주(州) 집회에서 ‘수지 트럼프’라고 불렀을 정도로 신뢰가 두터운 참모다.

/그래픽=양진경

와일스는 이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대해 “그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시각으로 행동한다”며 “알코올 중독자의 성격을 가졌다”고 했다. 미국 프로풋볼(NFL) 스타이면서 알코올 중독을 안고 살았던 부친을 둔 와일스는 “나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들에 대해 어느 정도 전문가”라며 “(이들의) 성격은 술을 마실 때 과장된다”고 했다. 트럼프가 취임 후 1·6 의회 폭동 관련자들을 사면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선별적 사면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고, 트럼프가 과거 자신을 기소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을 대출 사기 혐의로 수사한 것을 놓고는 “그건 하나의 보복일 수 있겠다”고 했다. 와일스는 트럼프가 4월 각국에 부과한 상호 관세와 관련, “참모들 간에 완전한 의견 일치를 이룰 때까지 기다리자 제안했지만 이후 관세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이걸 지켜보는 것이 “예상보다 더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불법 이민자 단속 작전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면 재검증 쪽으로 기울어야 한다”고 했다.

와일스는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인사였던 밴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지난 10년 동안 음모론자였다”며 “(트럼프 지지는) 상원의원 출마를 위한 계산이었다”고 했다. 밴스와 함께 트럼프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과거 트럼프와 대립한 전력이 있는데, 와일스는 “밴스의 전환이 좀 더 정치적이었다”고 했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두고는 임기 초반 국제개발처(USAID) 폐지를 주장할 때 백악관으로 불러 엄중히 경고한 일화를 전했다. 그러면서 “자칭 케타민(마약성 약물) 사용자로 아주, 아주 괴짜” “천재들이 그렇듯 이상한 사람”이라며 머스크의 행동이 항상 합리적이지는 않아 자신을 경악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제국의 설계자라 불리는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OMB) 국장에는 “강경 보수 선동가”라는 딱지를 붙였고, 팸 본디 법무장관을 두고는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실수했다”고 평가했다.

수지 와일스(오른쪽)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지난 2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를 총괄한 와일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심을 잡는 최고 실세로 꼽힌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날 와일스 인터뷰는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램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이 언론에 “가짜 패러디 기사인 줄 알았다”고 반응했을 정도로 파장이 컸다. 베니티 페어는 인터뷰가 트럼프 취임 직전부터 최근까지 약 11개월에 걸쳐 틈틈이 이뤄진 것으로 “와일스와 일요일 교회 예배 후 종종 통화했고 한 번은 그녀가 워싱턴 DC의 주택에서 세탁을 하며 통화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와일스는 “중요한 맥락은 무시됐고, 대통령과 우리 팀에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서사를 그리기 위한 악의적인 기사”라고 반발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 기질이 있다고 평가한 와일스 의견에 동의한다며 “내가 술을 마시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백악관이 “트럼프에게 수지보다 더 훌륭하고 충성스러운 참모는 없다”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와일스에게 박한 평가를 들은 밴스는 “나는 때때로 음모론자” “그러나 사실인 음모론만 믿는다”며 와일스를 옹호했다. 트럼프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수지보다 아버지를 더 잘 보좌할 수 있는 비서실장은 지구에 없다”고 했고, 보트는 “그녀는 동지이고 이 악의적인 기사가 우리를 늦추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거의 모든 내각 인사가 나서서 와일스를 엄호하는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