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이 필리핀 어선에 물대포를 쏘고 어선의 닻줄을 절단하는 일이 벌어진 가운데, 미 국무부는 토미 피곳 부대변인 명의로 된 성명에서 “미국은 필리핀 어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닻줄을 절단한 중국의 행위를 규탄한다”며 “필리핀이 이웃 국가에 대한 중국의 도발적 행동, 점점 더 위험해지는 전술에 맞서 싸우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러자 워싱턴 DC의 주미 중국 대사관은 “미국은 남중국해의 당사국이 아니라 간섭할 권리가 없다”며 “사실 왜곡, 도발적 발언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필리핀 해경은 지난 12일 남중국해 사비나 암초 인근에서 중국 해경이 필리핀 어선 20척을 향해 강력한 물대포를 쐈다고 밝히며 이번 공격으로 필리핀 어민 3명이 다치고 어선 2척이 파손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중국 해경 요원들이 소형 고무보트를 타고 필리핀 어선 여러 척의 닻줄을 고의로 절단했다”며 “평범한 어민을 표적으로 생명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무부는 14일 부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런 행동은 생계를 위해 어업에 종사하는 필리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고 (남중국해에서의) 지역 안정을 훼손한다”고 했다.
남중국해는 대만해협, 동중국해, 서해 등과 더불어 중국 패권주의가 강력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곳으로 미국은 기회가 될 때마다 필리핀 등에 연대·지지 메시지를 내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이 자국의 영해라는 주장을 배격한 2016년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도 10년 가까이 준수하고 있지 않은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7월 “중국이 인접국의 주권, 관할권을 침해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정·번영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비판 성명에 중국 대사관은 “미국은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문제를 일으키려는 시도를 방조·지원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중국은 ‘난사군도(국제 명칭은 스프래틀리 군도)’와 인접 해역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없는 주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 담당 차관은 15일 ‘인도·태평양 대외 원조 콘퍼런스’에서 “우리의 대외 원조는 미국이 세계 최고의 군사력과 동맹, 뜻을 함께하는 파트너들과 함께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과정에서 힘을 증폭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단순히 일시적으로 나라들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역 평화·안보를 강화하는 도구를 제공하려 한다”고 했다. 후커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분쟁을 벌이는 필리핀의 경제 회복을 돕기 위해 루손 회랑에서 민간 지원을 하는 사례를 들며 “이는 남중국해와 이를 넘어선 바다에서의 해양 안보, 항행(航行)의 자유, 집단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강조하는 여러 노력의 한 사례에 불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