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5일 고려아연이 테네시주(州)에 대규모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산업 기반을 재건하며 외국 공급망 의존을 끝내는 변혁적인 핵심 광물 계약을 체결했다”며 “2026년부터 미국은 고려아연의 확대된 글로벌 생산에 우선 접근권을 확보해 미국 안보와 제조업을 최우선에 둘 것”이라고 했다. 고려아연은 15일 미 국방부(전쟁부)·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테네시 클락스에 74억3200만 달러(약 10조9500억원)를 투자해 제련소 건설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러트닉은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서 “미국의 큰 승리”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기는 방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러트닉은 “오늘 우리는 여기 미국에서 연간 54만톤(t)의 필수 자재를 생산하는 최첨단 핵심 광물 제련소 및 가공 시설을 테네시에 건설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고려아연과 함께 발표했다”며 해당 광물이 방어 시스템,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자동차,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업 등 미래에 가장 ‘중요한 기술’들을 작동시킬 것이라 했다. 그는 “갈륨, 게르마늄, 인듐, 안티몬, 구리, 은, 금, 아연과 더 많은 것들이 모두 미국 땅에서 생산돼 전투기와 위성부터 반도체 제조공장과 전력망까지 모든 것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러트닉은 “여기(미국 땅)서 만들고 공급망을 확보하며 훌륭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을 산업 및 기술 리더로 유지하는 것”이라며 “미국을 위한 또 하나의 거대한 승리를 거둔 트럼프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했다. 상무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최대 2억1000만 달러(약 3000억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이 투자를 결정한 테네시는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레드 스테이트(red state·공화당 우세 지역)’ 중 하나로, 트럼프 측근이자 1기 때 주일 대사를 지낸 지한파(知韓派) 빌 해거티 상원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LG전자가 클락스빌에 세탁기 등을 생산하는 가전제품 공장을 갖고 있다.
고려아연의 이번 투자는 테네시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기업 단독 투자인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직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브라이언 발라드의 ‘발라드 파트너스’, 트럼프 정부 백악관 실세인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이 몸담았던 ‘머큐리 퍼블릭 어페어스(MPA)’를 로비스트로 고용하는 등 워싱턴 DC의 로비 시장의 ‘큰 손’으로 통하며 대미(對美) 아웃리치를 강화해 왔다. 공화당 소속인 윌리엄 바이런 리 주지사는 “고려아연의 정제 공정은 첨단 군사 기술 지원을 통해 국가 안보를 보호하고, 핵심 광물에 대한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테네시와 한국의 오랜 관계를 공고히 하고, 혁신·우수한 제조업·공유된 가치 기반 한미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해거티는 이날 성명에서 “고려아연의 제련소 건설 결정은 한국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과 협력해 미국의 경제 안보를 회복하려는 트럼프의 노력을 지원하는 직접적인 성과”라고 했다. 같은 당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도 “테네시가 전국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은 곳이라는 건 오늘 고려아연의 발표가 증명하고 있다”며 “700개 이상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해 우리 주의 제조업 및 광업 분야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역시 테네시가 지역구인 존 로즈 공화당 하원의원은 “스미스 카운티의 나이스타 광산은 2023년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라며 “이 광산에는 첨단 군사 기술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이 매장돼 있고, (가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해외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다. 국가 안보를 위한 트럼프 정부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