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의 일환으로 중남미 지역의 마약 카르텔을 겨냥한 지상 타격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며 이 지역에 대한 군사 행동 확대를 예고했다. 다만 언제, 어디서 실제 공격이 개시될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트럼프는 1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상을 통해 유입되는 마약의 96%를 차단했다”며 “이제 지상 작전을 시작할 것이며, 지상은 훨씬 더 쉽다. 곧 (작전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 국방부(전쟁부)는 지난 9월부터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와 동태평양 등 중남미 연안 해역에서 ‘마약 운반선’이라고 못박은 선박들을 잇따라 격침해 왔다.

이에 앞서 지난 8월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세계 최대 마약 밀매업자 중 하나”라고 비난하면서, 그의 체포와 관련한 정보에 대한 보상 금액을 2500만달러(약 369억원)에서 5000만달러로 올렸다.

10일 니콜라스 마두로(가운데)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19세기 베네수엘라 연방 전쟁 당시 벌어졌던 산타 이네스 전투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후 트럼프는 해상 압박을 넘어 지상 작전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발언을 반복해 왔다. 그간 이러한 발언은 주로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트럼프는 이날 지상 타격이 베네수엘라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반드시 (대상이) 베네수엘라일 필요는 없다”며 “우리 나라로 마약을 들여오는 사람들 모두가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약 문제를 미국의 국가 안보 문제로 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과의 싸움을 사실상의 ‘전쟁’으로 규정하며 군사적 대응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해 왔다. 트럼프는 마약 과다 복용 사망자를 전쟁 사망자를 계산하듯이 추산한다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베네수엘라 등에 지상 타격을 감행할진 미지수다. 앞서 미 의회 일각에선 “(군사 작전의)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블룸버그는 “지상 타격은 (중남미 지역에서의) 심각한 사태 악화를 의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마두로는 “외국의 공격을 받는다면 노동계급은 총파업과 봉기를 통해 더욱 급진적인 혁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