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에서 미·중 전략경쟁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존 물러나르 공화당 의원이 10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아스펜안보포럼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미국 하원에서 미·중 전략경쟁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존 물러나르 공화당 의원은 10일 워싱턴 DC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아스펜연구소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우리는 네덜란드, 일본 등 동맹에 최고 기술을 중국에 넘기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여전히 여러 업체가 중국에 상당량의 반도체 제조 장비를 판매하고 있음을 확인했는데, 우리가 중국에 판매할 의사가 있는 기술적인 기준점을 설정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러나르는 “(최신 인공지능 반도체) 블랙웰이 됐든 엔비디아가 개발 중인 (다른) 차세대 버전의 반도체가 됐든 우리는 최상위 장비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에 모두 동의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물러나르는 이를 두고 미국 정부의 강력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받는 동맹 기술 기업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에 “장비·기술을 판매할 의사는 있지만 상대방의 역량을 기하급수적으로 향상시키는 수준까지는 아닌 기술적인 기준점을 설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H200은 최근 블랙웰 기반 그래픽처리장치(GPU) 보다는 한 세대 이전 제품에 가깝지만, 현재 중국에 수출이 허용된 저사양 칩 ‘H20’과 비교하면 성능 격차가 월등히 크다. 판매가 정상화되면 중국 시장에서의 엔비디아 경쟁력이 크게 회복될 수 있다.

물러나르는 “대만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을 두고 중국이 격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노골적인 공격성을 드러내는 건 오히려 중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다카이치의 발언 이후 트럼프가 전화를 걸어 관련 발언의 강도를 낮추라고 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물러나르는 “(일본에 대한) 우리의 지원 여부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가 일본과 매우 강한 유대 관계를 보여줬다고 본다”고 했다. 국무부는 9일 대변인 명의로 된 성명에서 “중국의 행동은 지역의 평화·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동맹국인 일본에 대한 우리 공약은 흔들림이 없으며, 미일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했다.

물러나르는 중국이 미국과의 ‘관세 전쟁’ 당시 희토류, 핵심 광물 수출 통제를 레버리지로 삼은 것에 대해서는 “세계 경제에 장전된 총을 겨눈 것과 같다”며 “우리가 그 분야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내는 ‘스푸티니크 쇼크’와 같았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가 협상을 1년 유예시켰지만 과거 사례만 봐도 중국이 약속을 지킬 가능성은 낮다”며 “희토류 원자재, 기타 핵심 광물, 활성 의약품 성분 등 가능한 모든 곳에서 이런 우위를 활용하고 무기화할 것”이라고 했다. 물러나르는 트럼프가 취임하자마자 펜타닐 유입을 문제 삼아 보복 관세를 매긴 것을 언급하며 “이런 조치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저지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깡패 같은 존재가 계속 횡포를 부리게 내버려두면 그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