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지난해 본지가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8일 최근 발표된 트럼프 정부의 외교·군사·안보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과 관련해 “트럼프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을 약속하는 ‘헤이그 공약’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이 힘을 통한 평화를 달성하고 유지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이미 다른 나라들도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나서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대한민국이 그 예”라고 했다. 콜비는 NSS가 한국·일본에 ‘부담 분담 증대’를 명시한 대목을 콕 집어 “중요한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아시아 동맹이 자국 방어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콜비는 이날 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는 외교 정책에 집중하고 있고, NSS는 트럼프 정부가 그 약속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콜비는 국방부가 국가방위 전략을 큰 틀에서 정리하는 국방전략(NDS) 문서 작성을 주도한 인물이다. NDS는 국방부가 의회에 보통 4년 주기로 제출하는 최상위 국방 전략 문서로, 군사 정책과 국방 운영 전반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NSS가 공개되면서 곧 NDS 공개도 뒤따를 것으로 보이는데, 워싱턴 DC의 한 소식통은 “한국이 트럼프 정부의 국방 지출 확대 요구에 부응하는 ‘모범 동맹(model ally)’ 중 하나로 언급돼 있다”고 했다.

콜비는 NSS에 대해 “상식적이고 미국 우선주의적이며, 힘을 통한 평화라는 대통령의 의제를 명확하고 강력하게 표현했다”며 “트럼프는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어떻게 미국인들에게 먼저 이익이 될지에 대해 예리하게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또 “미국이 국방비 증액을 통해 군사력 재건, 억지력 회복을 지속하는 만큼 우리 동맹국도 동일하게 행동할 것을 기대한다”며 트럼프가 제시한 ‘GDP의 5% 국방 지출’ 기준이 NSS가 명시하고 있는 “부담 분담, 부담 전환 논리의 핵심”이라고 했다. 한미는 지난달 발표된 팩트시트를 통해 한국이 국방 지출을 GDP의 3.5% 수준까지 가능한 한 빨리 인상하기로 했는데, 콜비는 이에 대해 “한국은 모범적인 동맹국”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콜비는 NSS에서 미국이 서반구 지역 안보에 대한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사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이는 상식”이라고 했다. NSS는 미국이 서반구의 기존 우방과 협력해 이민을 통제하고, 마약 유입을 차단하며, 육상·해상의 안보를 강화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모두 트럼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로 핵심 지지층인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 강하게 요구해 온 것이기도 하다. 콜비는 “피트 헤그세스 장관의 리더십 아래 국방부(전쟁부)는 트럼프의 NSS를 실행하며 모든 미국인을 위한 평화·자유·번영을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