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5일 워싱턴 DC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평화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트럼프 오른쪽은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워싱턴 DC의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 참석했다. 피파(FIFA·세계축구연맹)는 이날 트럼프가 취임 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분쟁을 중재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終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신설된 ‘피파 평화상(FIFA Peace Prize)’을 트럼프에 수여한다고 밝혔다. 노벨 평화상 수상을 고대했지만 고배를 마셨던 트럼프는 “인생 최고의 영광 중 하나”라고 했다. 6월 개막하는 월드컵은 사상 처음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에서 동시에 열리는데, 미국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것은 1994년 이후 32년 만이다.

트럼프는 수상 소감에서 “미국은 1년 전만 하더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세계는 더욱 안전해졌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핫한(hottest) 나라가 됐다”고 했다. 이어 공동 개최국인 멕시코·캐나다와의 파트너십이 “훌륭하게 잘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면서 수상의 영예를 자신의 배우자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에게 돌렸다. 올해 내내 눈에 띄는 친(親)트럼프 행보를 보인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이 직접 트럼프 목에 메달을 걸어주고, 금빛 형상의 트로피를 선물했다. 인판티노는 “평화상은 매년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축구 팬들을 대표해 탁월한 리더십과 행동을 통해 전 세계 평화와 단합을 증진하는 데 변함없는 헌신을 보여준 특별한 개인에게 수여된다”며 “(트럼프의) 탁월한 노력과 행동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워싱턴 DC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 참석해 있다. /AFP 연합뉴스

이날 추첨식이 열린 워싱턴 DC의 국립 공연장 케네디 센터는 트럼프 취임 후 각종 개혁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상징적인 장소다. 진보 진영과의 ‘문화 전쟁’을 선언한 트럼프 자신이 직접 임시 이사장을 맡았고, 이사회를 개편하면서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대사 등 측근들을 대거 집어 넣었다.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케네디 센터는 붕괴 직전이었는데 거의 복구되고 있고,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 일을 했는지 지금 모습을 보라”고 했다. 이어 “개막 훨씬 전에 이미 역대 어떤 행사보다도 많은 입장권이 판매됐다”며 “여러 가지 이유로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했다.

배우 케빈 하트와 슈퍼 모델 하이디 클룸이 사회를 봤고 톰 브래디(미식축구), 웨인 그레츠키(하키), 애런 저지(야구), 샤킬 오닐(농구) 등 미국의 프로 스포츠를 대표하는 ‘레전드’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가수 로비 윌리엄스·니콜 셰르징어,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축하 공연을 했고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인 댄스·디스코 그룹 빌리지 피플이 ‘Y.M.C.A.’를 부르며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또 개최국인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가 미국을 찾아 이를 계기로 트럼프와의 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트럼프는 셰인바움, 카니와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어 대통령 문장(文章)이 새겨진 VIP 박스석에서 멜라니아 여사 등과 행사를 지켜봤다.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오른쪽)이 5일 워싱턴 DC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평화상을 수여하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