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그래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사브리나 카펜터. /AP 연합뉴스

미국의 가수 겸 배우 사브리나 카펜터(26)가 자신의 노래를 홍보 영상 배경음악으로 쓴 백악관을 향해 “사악하고 역겹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싱글 ‘에스프레소’를 전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카펜터는 올해 그래미상 2관왕에 오르며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 중 하나가 됐다.

카펜터는 2일 백악관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 “당신들의 비인도적 의제를 위해 내 음악이나 나를 절대 이용하지 말라”는 댓글을 달았다. 주 방위군 병사 피격 사건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정책에 다시 속도를 내는 가운데, 불법 이민자 단속 영상에 자신의 노래를 삽입하자 이를 규탄한 것이다.

백악관이 올린 영상에는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반대하는 시위대, ICE 요원들이 불법 이민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모습 등이 등장한다. 배경음악으로 카펜터의 히트곡 ‘주노’가 쓰였다. 카펜터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해당 영상은 여전히 백악관 소셜미디어에 게시돼 있다. 백악관은 “우리는 위험한 범죄자, 불법 체류자, 살인자, 강간범, 소아성애자를 추방하는 데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병든 괴물을 옹호하는 사람은 누구든 멍청한 게 아닐까”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의 없이 노래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백악관은 트럼프의 업적을 홍보하는 틱톡 영상에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를 쓰기도 했다. 스위프트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의 경쟁자였던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지지했다. 가수 비욘세 역시 지난해 트럼프 선거 캠프가 자신의 노래 ‘프리덤’을 사용하자 소송하겠다며 반발했고, 이 노래는 이후 해리스의 ‘로고송’이 됐다.

밴드 아바와 푸 파이터스, 가수 셀린 디옹, 싱어송라이터 케니 로긴스 등도 과거 트럼프에게 자신의 음악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디스코 그룹 빌리지 피플은 트럼프가 자신들의 노래 ‘Y.M.C.A.’를 트는 데 반대했다가 “(트럼프가) 진정 이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사브리나 카펜터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 참석한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