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오른쪽)이 2일 내각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 연합뉴스

남미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공격해 온 미군이 생존자를 사살하기 위한 ‘2차 공격’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아직 많은 정보를 얻지 못했다”면서도 “우리는 하나의 배를 폭파할 때마다 (한 척당) 2만5000명의 생명을 구한다. 필요하다면 나는 그 배들을 제거하고 싶고, 필요하다면 지상 공격도 할 것”이라고 했다. ‘생존자를 한 명도 남기지 말라’고 구두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선박 격침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트럼프도 “피트는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며 힘을 실었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생존자 사살을 위한 2차 공격을 지지하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미군은 지난 9월 2일 11명이 탄 선박을 미사일로 공격했는데, 첫 공격 이후 생존자 두 명이 잔해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확인되자 이들을 살해하려 추가 공격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헤그세스는 이 공격을 “생중계로 지켜봤다”면서도 다른 업무가 있어 이를 계속 지켜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시간이 (지난) 뒤에야 2차 공격 요청을 알게 됐다”며 “생존자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전쟁의 안개(fog of war·불확실한 상황)’라고 하는데 그곳(타격 지점)이 불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정부는 지난 9월부터 카리브해 등 공해에서 21차례의 선박 격침으로 최소 80명을 살해했는데, 마약 밀매 혐의 입증이나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살해하는 ‘즉결 처형’식 단속을 놓고 국제법 위반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헤그세스는 “우리는 마약 선박을 타격하고 마약 테러리스트들을 바다 밑바닥으로 처넣는 일을 막 시작했을 뿐”이라며 “그들은 미 국민을 중독시키고 있다. 요즘은 (잇따른 격침으로) 타격할 배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잠시 소강 상태”라고 했다. 또 현장 지휘관에 책임을 돌려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지휘관들의 편”이라며 “그들은 옳은 일을 해왔다. 우리는 그들을 지지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세번째)이 2일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헤그세스는 공해상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것이 ‘무력 충돌’ 정당화 할 수 있는 상황이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격받은 사람들은) 테러 집단”이라며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IS)를 어떻게 다뤄야 하나. 체포해서 머리 쓰다듬으며 ‘다시는 하지 마’라 타이르나, 아니면 물리적 접근으로 문제를 직접 해결하나”라고 반문했다. 킹슬리 윌슨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 해군의 선박 격침이 “미국법과 국제법 아래에서 합법적이며, 모든 행동은 무력 충돌법(전쟁법)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윌슨은 작전을 지휘한 특수전작전사령부(SOCOM)의 프랭크 브래들리 제독이 “마약 테러리스트 선박을 재타격하기로 한 결정을 내렸다”며 “그 배가 확실히 파괴도도록 하기 위한 명확하고 오랜 권한 아래에서 작전을 하고 있었다. 브래들리 제독이 지시한 것과 같은 모든 후속 타격에 대해 (헤그세스) 장관은 100% 동의한다”고 전했다.

미 의회에서는 상·하원 군사위원회를 중심으로 공화·민주당 할 것 없이 상당수 의원이 진상 규명을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브래들리는 4일 의회 군사위원회에 이번 공격 사건을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더힐이 보도했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실을 파악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누군가 끔찍한 결정을 내렸으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보도되는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누군가는 당장 워싱턴에서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같은 당의 에릭 슈미트 상원의원은 “헤그세스를 헐뜯으려는 지속적인 시도로 민주당은 처음부터 그들을 원하지 않아 허위 이야기로 도배를 하고 있다”며 “일주일 후면 아무도 언급하지 않을 헛소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