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여성 팝 가수 사브리나 카펜터가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MTV 비디오 어워즈'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글로벌 팝스타인 사브리나 카펜터(26)가 백악관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주(州) 방위군 2명이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에게 총을 맞은 사건을 계기로 반(反)이민 정책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이 이민자 추방 관련 영상에 자신의 노래를 배경 음악으로 깔자 “사악하고 역겹다” “비인도적인 의제를 위해 나와 내 음악을 절대 이용하지 말라”며 정부를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백악관은 “‘병든 괴물(불법 이민자)‘을 옹호하는 사람은 바보이거나 머리가 느린 것”이라고 받아쳤다.

지난 2월 그래미상에서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 최우수 팝 보컬 앨범 등 2관왕에 오른 카펜터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팝가수 중 한 명이다. 2011년 데뷔해 오랜 기간 대중적인 인지도를 마련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싱글 ‘에스프레소’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면서 커리어에 전환점을 맞았다. 이어 발매한 싱글 ‘플리즈 플리즈 플리즈’로 쌍끌이를 제대로 보여줬고, 정규 6집 앨범인 ‘쇼트 앤 스위트’까지 성공시키며 커리어의 전성기를 맞았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나가는 여성 솔로 가수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백악관이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영상을 보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불법 이민 단속의 일환으로 이민자들을 바닥에 제압해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장면 등이 이어지는데 카펜터의 히트곡 ‘주노’가 배경 음악으로 깔렸다. 폴리티코는 “카펜터가 트럼프가 자신의 음악 사용을 규탄한 가장 최근의 연예인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엔 가수 비욘세가 트럼프 선거 캠프가 자신의 노래 ‘프리덤’을 사용하자 법적 소송을 하겠다며 문제를 삼았다. 이 노래는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로고송’이 됐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밴드인 아바(ABBA), 록 밴드 푸 파이터스, 싱어송라이터 케니 로긴스 등도 과거 트럼프에 자신의 음악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던 가수들이다.

가수 빌리지 피플 역시 2020년 트럼프가 유세장에서 처음 자신들의 노래인 ‘Y.M.C.A.’를 틀었을 때만 하더라도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트럼프 1기 후반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화하고, 트럼프가 군사 동원 방침을 밝히자 “더 이상 우리의 노래를 사용하지 말라”고도 했었다. 하지만 2023년 12월 원년 멤버인 빅터 월리스는 “당선인이 진정으로 이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아 노래 사용을 계속 허용하기로 했다”며 태도를 바꿨고, 지난해 말 빌보드 댄스·일렉트로닉 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등 트럼프의 재부상과 함께 역주행을 펼쳤다. 지난 10월 트럼프 방한(訪韓) 당시 우리 군악대가 이를 ‘영접 음악’으로 활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