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1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남미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공격해 온 미군이 생존자를 사살하기 위한 ‘2차 공격’을 했다는 논란에 대해 백악관이 “미국의 중대한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2차 공격은 당시 작전을 지휘한 프랭크 브래들리 제독이 “권한 내에서 명령한 것”이라고 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전원 사살’을 명령했다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휘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표를 하면서 군이 반발하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트럼프와 헤그세스는 전쟁법에 따라 ‘나르코(마약) 테러리스트’ 지정 단체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도록 했다”며 “헤그세스가 브래들리 제독에게 물리적 타격 권한을 부여했으며, (브래들리는) 자기 권한과 법의 범위에서 선박을 파괴하고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브래들리 제독이 2차 공격을 명령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는 그의 권한 내에서 그렇게 했다”고 했다.

헤그세스의 명령을 둘러싼 논란을 처음 보도한 워싱턴포스트(WP)는 레빗의 발언이 “국방부 내에서 격렬한 반발을 일으켰다”며 “헤그세스가 자기 역할에 책임을 질 것인지, 아니면 군과 민간 직원들이 결과를 감당하도록 내버려둘 것인지 불확실한 상황에 분노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일부 고위급은 사퇴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헤그세스는 소셜미디어에서 “브래들리 제독은 미국의 영웅이자 진정한 전문가로 나는 그를 100% 지지한다”며 “그가 내린 모든 결정, 특히 (2차 공격이 있었던) 9월 2일 임무를 수행할 때 내린 결정을 지지한다”고 했다. 의회의 진상 규명을 주도하는 로저 위커(공화당) 상원 군사위원장은 헤그세스, 댄 케인 합참의장 등과 잇따라 통화했다. 상원 군사위 앵거스 킹(무소속) 의원은 “물 속에 있는 생존자를 사살하기 위해 2차 공격을 가한 사실이 확인되면 명백한 전쟁 범죄이자 살인 행위”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안보팀 회의를 소집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행동과 생존자 사살 논란 등을 논의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집권당 지도부 취임 행사에서 국기에 입을 맞추고 있다. /EPA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베네수엘라는 평화로운 노예로 지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미국에 맞서 여론 결집에 나섰다. 베네수엘라 국회는 미군의 생존자 사살을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은 사망자 유족과의 면담을 토대로 ‘중대한 초법적 민간인 처형’에 관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히며 “전원 사살 지시는 제네바 협약과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