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남미에서 밀반입되는 마약을 차단하겠다며 카리브해 등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잇따라 공격하고 있는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내렸다고 알려진 ‘전원 사살’ 명령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사일 공격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를 사살하기 위한 추가 공격이 헤그세스의 명령에 따라 진행됐으며, 저항 불능 상태의 상대를 사살한 행위는 위법이라는 것이다.
마약 밀매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이들을 사법 절차 없이 살해하는 ‘즉결 처형’식 단속에 대한 지적에 이어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상·하원은 진상 규명을 예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마약 운반선 공격이 시작된 지난 9월 2일 당시 작전을 지휘한 프랭크 브래들리 제독이 헤그세스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한 2차 공격을 지시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11명이 탄 선박을 미사일로 공격한 이후 생존자 두 명이 잔해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확인되자 이들을 살해하려고 추가 공격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 11명이 사망했다”고 밝히며 작전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여기에 추가 공격 장면은 담겨 있지 않았다. 미국은 이 공격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80명 이상을 사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타운대 로스쿨 국가 안보법 프로그램 책임자인 토드 헌틀리는 “양측이 합법적인 전쟁 상태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선박 탑승자들을 죽이는 것은 살인에 해당한다”면서 “미국이 탑승자들과 전쟁 상태에 있다 하더라도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은 전쟁 범죄”라고 WP에 말했다.
공화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마이크 터너 하원 의원은 “그런 일이 있었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불법 행위라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돈 베이컨 하원 의원은 “헤그세스가 명백한 전쟁법 위반에 해당하는 명령을 내릴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선 에드 마키 상원 의원이 “전쟁 범죄자인 헤그세스는 즉시 해고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 요원들을 상대로 ‘불법적 명령에 복종하지 말라’고 발언해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된 마크 켈리 상원 의원도 “명백한 위법”이라고 했다. 상·하원 군사위원회는 “마약 운반 추정 선박에 대한 후속 공격 보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곧 청문회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헤그세스는 보도 이후 소셜미디어에 “이처럼 매우 효과적인 공격은 ‘치명적이고 강력한 공격’으로 설계됐다”고 썼다. “현재 카리브해에서 진행 중인 작전은 미국 법과 국제법에 부합한다”고도 했다. 명령을 내린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 듯한 뉘앙스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가 ‘그런 말(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한 적이 없다’고 내게 말했고 나는 그를 100% 믿는다”고 했다.
트럼프는 사안을 들여다보겠다면서도 미군의 공격 방식에 대해 “거의 우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 바다를 통해 유입되는 마약의 양은 몇 달 전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하다”고 했다. WP는 미군이 9월 2일 공격 이후 생존자 구조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교전 규칙을 개정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