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랜다우 국무부 부장관(왼쪽)이 지난 9월 서울에서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외교부·뉴스1

국무부는 1일 크리스토퍼 랜다우 부장관과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워싱턴 DC 청사에서 만나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지난달 한미 정상이 합의한 무역 합의 관련 팩트시트(factsheet·설명 자료) 발표 이후 이뤄진 첫 고위급 협의다. 우리 정부가 관세 인하의 반대급부로 3500억 달러(약 514조원 9550억원) 규모 대미(對美) 투자를 약속한 가운데, “랜다우가 조선 등 핵심 전략 분야에 걸친 한국 측의 미 제조업 투자에 대한 전례 없는 약속을 환영했다”고 국무부는 전했다.

국무부는 이날 회담 이후 토미 피곳 수석부대변인 명의로 된 설명 자료를 통해 “국무부 차관과 외교 1차관은 지난 10월 29~30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포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주 국빈 방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을 축하했다”며 “양측이 한미 동맹 현대화를 포함한 팩트시트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은 70년 이상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평화·안보·번영의 핵심축(linchpin)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한미는 현재 주한미군의 역할과 책임 재조정, 한국의 방위비 지출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동맹 현대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중국 견제를 위한 것으로 팩트시트에는 대만해협에서의 ‘힘과 강압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등 중국 견제 문구가 다수 들어갔다. 이와 함께 양측은 한미 비즈니스 여행·비자 실무그룹 성과도 회담에서 다뤘다고 밝혔다. 랜다우는 “한국의 투자가 미국의 재산업화 노력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고 했는데, 국무부는 최근 한국의 대미 투자 지원을 위해 서울 주한 미국 대사관의 비자 인터뷰 처리 역량을 평소보다 5000건 늘렸다고 밝혔다.

한편 박 차관은 이날 “팩트시트와 관련해 미측과 신속하고 적극적인 이행을 해 나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합의 이행에 대해) 적극적이고, 가능하면 신속하게 일을 추진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협의 채널을 잘 구축해 여러 이슈를 심도있게 진전시킬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미측에서 담당자를 지정하고, 우리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매칭해서 하기로 했다”고 했다. 직전까지 애틀랜타 총영사를 지낸 박 차관은 올해 6월 임명 당시 전임자보다 외무고시 기수가 11개나 낮아 외교부 안팎에서 ‘기수 파괴’란 얘기가 나왔다. 전남 보성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한미가 원자력과 조선, 핵추진잠수함(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 주요 분야 후속 조치를 신속하고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분야별 실무협의체를 조속히 가동시켜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또 “박 차관이 특히 한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한미 간 협의 절차의 조속한 개시를 요청했고, 랜다우 부장관은 동 건 관련 양측 간 긴밀히 소통해 나가자고 했다”며 “양 차관은 핵잠(원잠), 조선 협력 문제에 관해서도 한미 간 협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