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5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로 향하는 자신의 전용기 안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28일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에 ‘가짜뉴스’를 바로 잡는 새 페이지를 개설했다. 주류 언론의 비판적·편향적 보도에 특히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문제의식이 투영된 조치로, ‘가짜뉴스’ 보도를 바로 잡고 이를 많이 보도한 횟수를 기준으로 순위까지 매겨 언론사와 기자 이름을 적시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백악관은 그 어느 때보다 가짜뉴스에 책임을 묻고 있다”며 “‘미디어 편향’ 페이지 개설은 상황을 오도하는 보도를 바로 잡고 편향된 언론에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이라고 밝혔다.

이날 개설된 페이지를 보면 특정 언론사 보도와 기자 이름, 이들이 저지른 것으로 지목된 ‘위반 사항’, 그리고 트럼프 정부가 제시한 해당 보도를 반박한 내용인 ‘진실’ ‘핵심 포인트’가 나열돼 있다. 예를 들어 보스턴 글로브와 CBS 뉴스, 더 인디펜던트지 등 언론 3사가 “트럼프가 의회 의원들이 선동을 부추긴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을 ‘처형’을 요구한 것으로 왜곡 보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실’은 트럼프가 내린 모든 명령이 합법적인 것이고, ‘핵심 포인트’는 트럼프는 단 한 번도 불법 명령을 내린 적이 없고 “가짜뉴스는 이를 알면서도 보도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도에 관여한 기자들의 이름도 실명(實名)으로 적시돼 있다.

백악관이 개설해 28일 공개한 공식 홈페이지 내 '가짜뉴스' 폭로 페이지 일부. /백악관

백악관은 ‘명예의 전당’을 연상시키는 ‘수치의 전당(hall of shame)’이란 이름의 코너를 통해 각 언론사와 기자가 보도한 가짜뉴스를 나열했다. 이를 ‘편향(biased)’, ‘좌파의 광기(left-wing lunacy)’, ‘거짓말(lie)’, ‘문맥 생략(omission of context)’ 같은 방식으로 카테고리화한 부분도 흥미롭다. 이어 언론사별 위반 회수를 기준으로 순위표도 게재해놨는데 29일 오후 6시 현재 워싱턴포스트(WP)가 1위고 진보 성향 방송사인 MSNBC·CNN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케일린 도어 백악관 부보좌관은 X(옛 트위터)에서 “(추수감사절) 휴일 동안 여전히 논쟁을 벌이는 분들을 위해 우리는 ‘미디어 편향’ 페이지를 출시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에 책임을 묻는 일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편향적이라면 폭로당할 준비를 하라”고 했다.

트럼프는 재집권 이후 역대 그 어느 대통령보다 적극적으로 언론과의 질의응답에 임하고 있다. 백악관에서 진행되는 정상회담 같은 공개 행사는 물론, 해외 순방 중에도 시차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용기 안이나 입·출입 과정에서 길게는 30분 이상 즉흥적인 문답을 한다. 다만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받을 때는 직접적으로 짜증을 내기도 하는데, 최근 들어 그 빈도가 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7일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에서 주방위군 총격 사건에 관한 질문을 받던 중 한 여성 기자가 ‘왜 바이든을 비판하냐’고 묻자 “당신은 멍청한가, 멍청한 사람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지난 14일에는 전용기 안에서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에 관한 질문을 받자 “조용히 해, 돼지야”라고 말했다. 최근 자신의 노화 징후를 보도한 뉴욕타임스(NYT) 기자에 대해서도 “삼류 기자, 추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