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CEO 서밋'에 참석해있다. /AFP 연합뉴스

북한이 1990년대 후반부터 패턴 인식, 음성 처리, 데이터 최적화 등을 중심으로 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연구를 축적해 왔고 AI 기반 자동화 기술을 활용하게 될 경우 암호자산 탈취, 자금세탁, 위장 신원 생성 등 사이버 행위가 비약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사양 모델은 아니지만 북한 연구진은 수출 금지 대상인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도 일부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정보원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의 김민정 첨단기술전략센터장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 ‘북한 인공지능 현황 분석과 정책적 고려 사항’에서 “북한의 AI 연구 동향을 정밀 모니터링하고 관련 기술의 군사·사이버 전용(轉用)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이 1990년대 후반부터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패턴 인식, 음성 처리, 데이터 최적화 등을 중심으로 하는 AI 기반 연구를 축적해 왔다고 분석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연구 기관 확충과 자립적 알고리즘 개발을 통해 내부 역량을 강화해 왔다”고 했는데, 올해 발행된 국립과학원 수학연구소·평양 리과대학(이과대학) 인공지능 기술연구소의 ▲안면 인식 ▲다중 객체 추적 ▲음성합성 경량화 ▲억양 식별 분야 연구를 보면 제한된 연산·데이터 환경 속에서도 정확도와 처리 속도를 동시에 향상시키는 것을 추구해 왔다. 목표 식별, 이동 경로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 지휘 통신 교란이나 사회공학적 공격을 구사할 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들이다. 특히 일부 연구에서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대북(對北) 수출·재수출 전면 금지 대상으로 지정한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2700’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AI 역량은 향후 딥페이크 제작·탐지 회피, 암호자산 탈취·최적화 같은 북한의 사이버 행위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북한은 국제 사회 제재 속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대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이 분야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사하고 있다. 시점이 상이한 영상 간 신원을 연계해 추적하는 다중 인물 추적 연구는 CCTV·드론 정찰과 결합하면 이동 대상을 실시간으로 자동 식별하는 감시체계로 확장이 가능하다. 경량 합성 기술의 경우 원격 신원확인 절차 악용, 통화·메신저상에서의 음성 사칭 등에 악용될 여지가 크다. 이밖에 국제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암호자산 탈취의 경우 “고성능 AI 연산 자원을 활용할 시 단위 시간당 공격·탈취 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소수 인력으로도 산업 규모에 준하는 효율·정밀도로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북한 김정은이 지난 9월 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 망루에 나란히 서서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두드러지고 있는 북·중·러 협력이 이런 AI 기술의 실전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핵심 변수라고 평가하며 “북한의 군사·감시·사이버 분야 AI 활용 동향을 지속 감시하고 정밀 분석해 대응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또 “북한의 AI 연구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 영상·음성 인식 등 고난도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지만 최상위급 초거대 생성형 AI 활용 징후는 아직 포착된 것이 없다”며 “기술 확산 경로, 적용 사례를 자세히 모니터링하고 향후 동향을 대북 제재 이행 및 공급망 관리에 관한 정책적 신호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