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모든 제3세계 국가로부터의 이주를 영구 중단하고, 미국의 자산이 되지 않는 이는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안전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들의 입국을 사전에 차단하고, 이미 입국한 외국인도 필요하면 시민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난민 부담이 미국 사회 붕괴의 주요 원인”이라며 “미국 체제가 완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우리나라를 사랑할 능력이 없는 누구든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제3세계 국가’가 어딘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향후 정부가 자의적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6월 아프가니스탄·이란·소말리아·예멘·미얀마·아이티 등 12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고, 베네수엘라·쿠바·라오스 등 7국에 대해선 부분 제한을 두는 포고문에 서명한 적이 있다. 트럼프의 이번 발표는 전날 워싱턴 DC에서 순찰 중이던 주 방위군이 이민자가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가, 이날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이 나온 후 이뤄졌다. 웨스트버지니아 주방위군 소속인 20세 여성 상병 사라 백스트롬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망명한 라마눌라 라칸왈(29)의 총에 맞아 숨졌고, 또 다른 주 방위군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검찰에 따르면, 라칸왈은 북서부 워싱턴주(州)에서 워싱턴 DC까지 차로 대륙을 횡단한 뒤, 회전식 연발 권총인 ’357 스미스앤드웨슨 리볼버‘를 사용해 주방위군 2명을 향해 기습 발포했다. 재닌 피로 워싱턴DC 검사장은 “미국 수도를 표적으로 삼을 분명한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했다. 라칸왈은 아프가니스탄 남부 도시인 칸다하르에서 활동하며 미 중앙정보국(CIA)에 협력한 경력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탈레반 구성원 사살 등을 위해 CIA가 조직한 대(對)테러 부대인 ‘제로 유닛’ 소속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2021년 9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 미국에 입국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시민들 추모 잇따라 27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 패러것 웨스트역에 마련된 임시 추모 공간에서 한 여성이 헌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주방위군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라칸왈을 ‘괴물’이라 했다. 또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때 대규모 피란민들이 미국 수송기에 탄 사진을 꺼내 보이며, “바이든 정부의 잘못”이라고 했다. 라칸왈은 바이든 정부 때 망명을 신청해 신원 검증을 거쳐 올해 4월 난민으로 최종 승인받았다. 트럼프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승인한 수백만명의 불법 입국자들을 모두 종료시키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미국 내 외국인 5300만명 중 대부분이 ‘실패한 국가’ 출신으로 범죄율, 주택 부족 같은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불법·파괴적 인구 집단을 대폭 감축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비(非)시민권자에 대한 연방 정부 혜택과 보조금 지급도 중단을 예고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취임 후 발신한 것 중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했다. 트럼프는 소말리아 이민자들이 미네소타주에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실도 지적했다. 그는 “소말리아 출신들이 미네소타를 장악했고, 선량한 우리 국민들은 먹잇감을 찾는 갱단을 피해 무사하길 바라며 집에 틀어박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말리아 출신으로 처음 연방 하원에 입성한 일한 오마르 민주당 의원에 대해 “늘 증오에 찬 불평만 늘어놓는다”고 했다.

트럼프가 엡스타인 스캔들 문건 공개, 고물가 등으로 정치적 수세에 몰리자 지지층 결집에 효과적인 ‘반이민’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조셉 에들로 이민국(USCIS) 국장은 이날 “대통령 지시에 따라 모든 ‘우려 국가’ 출신 외국인의 영주권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