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츠 그레이프라트 오클라호마대 교수. /오클라호마대

모리츠 그레이프라트 오클라호마대 교수는 최근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캐나다·독일·일본 등 믿을 만한 미국의 동맹을 핵무장시켜 역내 안보를 주도하는 게 낫다는, 이른바 ‘선택적 핵 확산’을 주장해 주목받았다. ‘핵무기 확산’을 극도로 꺼리는 미 주류의 인식과는 결이 다른 파격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레이프라트 교수는 25일 본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일본 등을 핵무장시키는 것은 미국이 과연 (적국이 핵공격을 할 때) 샌프란시스코를 희생해 가며 서울·도쿄를 지킬 것인지에 관한 오래된 의문을 없애고,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레이프라트는 “핵무기는 중국·북한 같은 수정주의 적대국을 확실히 억제하는 지역 안정의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워싱턴 DC에서는 핵무기 확산이 당연히 미국에 해롭다는 게 진리로 받아들여지지만, 이제 의문을 제기할 때가 왔다”며 “미국의 많은 동맹국은 북·중·러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국가들로, 정치적 안정을 모범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국제 질서에도 헌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어떤 형태의 핵 확산이든 국제사회의 일부 반발은 불가피하겠지만 캐나다·독일·일본 같은 나라들에 대한 선택적 확산은 비확산 체제 전체가 붕괴되지 않는 방향으로 상당히 잘 처리될 수 있다는 신중한 낙관론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레이프라트는 트럼프가 취임 후 나토 회원국에 대한 오랜 방위 약속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면서 “그는 오랜 기간 유지돼 온 전제들을 의심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며 “(트럼프 시대에) 핵 확산 정책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했다. 다만 그는 “한국은 핵보유국인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상황이 복잡하다”며 “미국이 적어도 초기에는 한국보다는 일본을 더 유력한 핵 확산 대상으로 볼 것”이라고 했다.

그레이프라트는 “일본 같은 나라의 핵무기 보유를 지지하는 많은 논거가 한국에도 적용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트럼프가 건조를 승인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한국이 독립적인 핵 억지력을 갖추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먼저 (원잠 관련) 협약을 이행하고, 미국의 지원을 받아 필요한 역량을 개발한 뒤 한국의 핵 개발에 대한 명시적 논의를 진행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핵 역량에 대해서는 “한국의 과학·산업적 역량을 생각하면 이미 상당한 수준의 핵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이런 기반 역량을 실제 핵무기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는 데는 유사시라 해도 수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