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교회에서 자원 봉사자가 추수감사절을 맞아 주민들에 나눠줄 칠면조 고기를 손질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J D 밴스 부통령은 추수 감사절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6일 켄터키주(州) 포트 캠벨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다. 추수 감사절은 성탄절과 함께 미국의 양대 명절로 꼽히는데, 온 가족이 둘러앉아 오븐에 구운 칠면조를 나눠 먹는 것이 전통이다. 이맘때가 되면 주요 언론은 칠면조 레시피, 칠면조를 먹기 가장 좋은 시간 등을 24시간 내내 보도한다. 그런데 밴스는 이날 연설에서 장병들에 앞에서 한 연설에서 “솔직히 여기 칠면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며 “손을 든 여러분은 정말로 거짓말쟁이다. 여름 오후에 갑자기 18파운드(약 8.16kg)나 되는 칠면조를 구워 먹자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치킨이 훨씬 더 낫다”고 했다.

실제로 칠면조 고기는 닭고기와 비교해도 퍽퍽하고 질긴 데다 기름기까지 적어 대부분의 미국인은 칠면조보다는 닭고기를 선호한다. 밴스가 “맛이 그다지 좋지 않아 우리는 이 거대한 미국산 조류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 온갖 미친 짓을 다 한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맛을 돋우기 위해 공을 들여 ‘스터핑(stuffing·채소, 과일, 빵 조각 등 속을 넣는 행위)’을 하고 그레이비·크랜베리 소스 등을 잔뜩 곁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스는 자신이 27일에는 가족들과 칠면조 만찬을 가질 계획이라며 “추수감사절의 핵심은 감사함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이 축제가 매우 미국적인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와 멜라니아 여사(오른쪽)가 지난 25일 백악관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칠면조 사면식에 참석해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칠면조가 주인공이 되는 전통은 미국으로 이주한 청교도들이 1621년 맞은 첫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잡아 나눠 먹은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북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덩치도 큰 칠면조가 추수감사절에 주로 먹었던 거위를 대신한 것이다. 칠면조는 겨울을 앞두고 살이 오른 가을에 가장 맛이 좋아 추수감사절 요리로 적당했는데, 트로이 비컴 텍사스A&M대 교수는 언론에 “영국인들이 미국에 식용으로 칠면조를 가져와 이미 16세기에 상당히 보편화돼 있었다”고 했다. 이때만 해도 미국 땅이 척박해 영국에서 건너온 정착민들이 먹을 게 없어 굶어 죽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추수감사절만큼은 없는 살림에도 칠면조를 요리해 다 같이 나눠 먹으며 1년을 무사히 넘긴 것을 ‘신께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 됐지만, 여전히 많은 미국인이 추수감사절만큼은 대가족이 모여 앉아 칠면조 고기를 먹으며 굶주리고 힘들었던 조상들의 생활을 돌아보고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밴스는 이를 두고 “아주 미국적인 행위”라고 했다. 칠면조를 뜻하는 영어 ‘터키(turkey)’는 튀르키예(터키) 상인들이 유럽에 들여온 닭(아프리카 뿔닭)과 야생 칠면조가 닮았다는 이유로 이민자들이 부르던 이름이 굳어진 것이다. 미국인들의 칠면조 사랑은 각별한데,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다른 새들의 먹이를 빼앗는 흰머리수리가 아니라 농장 도둑에게 용감하게 덤비는 칠면조가 우리의 국조(國鳥)가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7일 뉴욕 센트럴파크 인근에서 열린 메이시스 백화점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서 칠면조 모형의 구조물이 행진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