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위군이 26일 총격 사건이 발생한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 최대의 명절 추수감사절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수도 워싱턴 DC의 백악관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웨스트버지니아 주(州)방위군 소속 병사 2명이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용의자가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을 피해 입국한 아프가니스탄인으로 밝혀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 집행과 주방위군 추가 투입을 예고했다.

워싱턴 DC 경찰에 따르면 총격 사건은 이날 오후 2시 15분쯤 백악관에서 북서쪽으로 두 블록 떨어진 한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주방위군 대원들이 순찰 중 용의자가 모퉁이를 돌면서 이들에게 발포했다. 대원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지만 중태고, 체포된 용의자 역시 총격으로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NBC는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 출신 29세 남성인 라마눌라 라카왈로, 아프간군으로 미군과 함께 10년간 복무하다가 2021년 9월 미국에 입국해 북서부 워싱턴주에 거주해 왔다고 보도했다. 당시는 아프간 친서방 정부가 탈레반에 축출된 뒤 서방과 협력하던 아프간인들의 국외 탈출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조 바이든 당시 미국 행정부를 비롯한 서방 국가 정부가 이들 상당수를 인도적 차원에서 받아들여 체류를 허가했고, 용의자도 이 경로로 미국에 왔다.

/그래픽=양진경

트럼프는 사건 발생 후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용의자를 ‘짐승’이라고 부르면서 “아주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특별 성명을 내고 “바이든 정부 이래 아프가니스탄에서 입국한 모든 외국인을 조사하고, 이 나라에 속하지 않거나 이득이 되지 않는 이들을 추방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와 수차례 갈등을 빚어온 민주당 소속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 DC 시장도 “주방위군에 대한 이번 공격은 끔찍하고 부도덕했으며, 용의자는 100% 법에 의해 처벌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는 전날 추수감사절 행사에서 “워싱턴 DC는 6개월 동안 한 건의 살인도 발생하지 않은 완전히 안전한 도시가 됐다”며 주방위군 투입 성과를 부각한 바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공화당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이 더욱 파열음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는 민주당 절대 강세 지역인 주요 대도시에 범죄 및 노숙자 문제를 거론하며 주방위군을 투입했거나 투입을 예고해 민주당의 반발을 불러왔다.

26일 미국 백악관 인근에서 총격을 받은 주 방위군 병사가 들것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체포된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 군인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미 당국은 아프가니스탄 관련 이민 신청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가 선제적으로 주방위군을 보낸 곳이 워싱턴 DC다. 불법 이민자 단속과 노숙인·범죄 문제 해결 등을 명분으로 지난 8월부터 2000명이 넘는 주방위군이 투입됐다. 이후 워싱턴 DC 시 정부가 주방위군 투입이 자치권을 훼손한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연방법원이 지난 20일 주방위군 배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주방위군 투입 효력은 일시 정지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총격 사건이 터지자 트럼프는 주방위군 500명을 추가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 트럼프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오리건주 포틀랜드와 일리노이주 시카고 등에도 주방위군을 투입하려다 지자체장과 갈등을 빚고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