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미국에 있는 공식 외국인 인구 5300만명 중 대부분이 실패한 국가 출신으로 그들과 그들 자녀의 생계를 유지하는 데 애국적인 미국 시민들의 막대한 지원금이 쓰이고 있다”며 “이민은 높은 범죄율, 주택 부족, 대규모 부채 같은 우리 사회 기능 장애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체제가 완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모든 ‘제3세계(Third World Countries)’로부터의 이주(migration)를 영구 중단하고, 조 바이든 정부를 포함해 불법으로 입국시킨 수백만 명을 추방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6일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가 백악관 인근에서 주방위군을 총으로 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는데, 백악관은 X(옛 트위터)에서 “대통령이 그동안 발신한 것 중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했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에 머물고 있는 트럼프는 전날 백악관 인근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총격을 입은 웨스트버지니아의 주방위군 2명 중 1명인 여성 상병 사라 백스트롬(20)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그린카드(영주권)을 소지한 이민자가 3만 달러를 벌면 가족들이 연간 약 5만 달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미국 내 공식 외국인 숫자는 5300만명이고, 실제 이민자 인구는 훨씬 더 많다. 이들 대부분이 복지 수혜자이며 실패한 국가 또는 교도소, 정신병원, 갱단, 마약 카르텔 출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실패한 학교, 높은 범죄율, 도시 쇠퇴, 과밀화된 병원, 주택 부족 등 미국 사회의 여러 ‘기능 장애’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말리아 이민자 출신으로는 처음 2019년 하원에 입성한 일한 오마르 민주당 의원. /위키피디아

트럼프는 소말리아 출신 이민자들이 대규모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미네소타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나라 최악의 하원의원인 일한 오마르는 항상 히잡으로 몸을 감싼 채 우리 헌법을 증오하고 자신이 얼마나 ‘나쁘게’ 대우받는지 불평하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마르는 2019년 소말리아 이민자 출신으로는 처음 연방 하원에 입성했는데, 강경 진보 성향이라 트럼프와는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트럼프는 “수십만의 소말리아 난민들이 한때 위대했던 미네소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고, 그들이 거리를 배회하며 ‘먹잇감’을 찾고 있는 동안 우리 시민들은 집에 갇혀 그들이 그냥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체제가 완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모든 제3세계 국가로부터의 이주를 영구 중단하고, 조 바이든(전 대통령)이 오토펜(autopen·자동 서명기)으로 승인한 이들을 포함한 무단 불법·파괴적 인구 집단을 대폭 감축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미국에 자산이 되지 않거나 우리 나라를 사랑할 능력이 없는 자들을 모두 제거할 것이다. 오로지 역(逆)이민만이 이 상황을 완전히 치유할 수 있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이민자가 임무를 수행하던 백인 주방위군을 총으로 쏴서 숨지게 한, 비교적 구도가 명징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는 자신의 반(反)이민 정책에 더욱 고삐를 당기는 모습이다. 다만 이주를 영구 중단하는 ‘제3세계 국가’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또 “비(非)시민권자에 대한 모든 연방 정부 차원의 혜택과 보조금 (지급도) 중단할 것”이라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조세프 에들로 이민국(USCIS) 국장은 이날 “대통령 지시에 따라 모든 ‘우려 국가’ 출신 외국인의 영주권에 대한 전면적 재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우려 국가’가 어딘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지난 6월 이란·소말리아 등 12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고 베네수엘라 등 7국은 입국을 부분 제한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날 워싱턴 DC 검찰이 신원을 공개한 범인 라마눌라 라칸왈(29)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바이든 정부 때인 2021년 입국해 올해 4월 망명 최종 승인을 받았다. 국토안보부는 언론에 “대규모 망명 신청을 제대로 심사하지 못한 바이든 정부에서 승인된 모든 망명 사건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27일 전날 주방위군이 아프가니스탄 이민자에게 총을 맞은 워싱턴 DC 현장에 성조기와 꽃이 놓여있다. /UPI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