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군인 및 정보기관 요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적 명령’을 거부하라고 촉구한 마크 켈리(61)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켈리 의원은 해군 파일럿으로 복무하다 NASA(미 항공우주국) 우주 비행사로 활약한 ‘우주 영웅’ 출신인데, 퇴역 군인에게도 적용되는 명령 복종 의무를 위반해 군 기강을 어지럽혔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켈리에게 앙심을 품고 ‘반역자 몰이’로 찍어내려 한다는 관측 속에 켈리도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국방부는 24일 켈리를 의원이 아닌 ‘예비역 대령’으로 지칭하면서 “현역 복귀를 포함해 군사재판 회부 등 추가 조치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퇴역 군인도 (현역과 마찬가지로) 군 기강 문란 행위를 금지하고 합법적 명령 복종 의무를 명시한 군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개인적 철학이 불복종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켈리를 개인적 신념에 치우쳐 본연의 임무를 저버린 ‘군기 문란 행위자’로 묘사한 것이다.
켈리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하원의원 5명과 함께 나온 영상을 올렸다. 그는 후배 군인 및 정보기관 요원들에게 “당신은 불법적인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고 했다. 격노한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사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반란 행위” “우리나라를 배신한 이 반역자들은 모두 체포해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라고 썼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X에 “켈리의 행위는 군에 불명예를 가져왔고, 적절한 조처가 취해질 것”이라고 했고, 국방부 조사로 이어졌다.
켈리는 지난 2020년 공화당세가 강한 애리조나주(州)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상원에 입성했다. 공화당의 거물 고(故) 존 매케인 전 연방 상원의원의 생전 지역구였던 이곳에서 민주당 깃발로 승리한 데에는 ‘아내 사랑 지극한 우주 영웅’으로 알려진 인지도 덕이 컸다.
해군 파일럿으로 걸프전 등 39차례 전투 임무를 수행했던 켈리는 1996년 일란성 쌍둥이 스콧과 함께 NASA 최초의 쌍둥이 우주 비행사로 선발됐다. 우주왕복선 인데버호·디스커버리호로 국제 우주정거장을 오가며 우주 임무를 수행했는데, 340일 동안 ISS에서 생활해 미 우주인 최장기 체류 기록을 갖고 있다. 특히 2011년 1월 당시 현역 연방 하원의원이던 배우자 가브리엘 기퍼즈가 총기 난사에 머리를 관통당하는 치명상을 입고 가까스로 살아났을 때, 아내 간호를 위해 우주비행사 은퇴를 결심했다. 그해 5월 켈리가 마지막 우주 비행을 떠날 때, 기퍼드가 남편의 결혼반지를 끼고 휠체어에 앉아 지켜보던 장면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켈리는 이후 총기 규제 단체를 구성해 활동하다 2020년 상원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 상원의원이 됐다. 국민적 호감에 군 출신 백인 남성이라는 점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는 흑인 여성인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러닝 메이트(부통령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됐다.
켈리는 트럼프와 헤그세스의 압박에 강하게 맞받아치고 있다. 그는 X에 “이 일이 나와 다른 동료 의원들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 소용없을 것”이라며 “나는 헌법 수호보다 자기 권력에만 신경 쓰는 깡패들에게 침묵을 강요받기에 나라에 너무 많은 것을 바쳤다”고 했다. 기퍼즈는 이 글을 공유하면서 “내 남편은 스물두 살 때부터 어떤 위험한 임무도 마다하지 않으며 나라를 지켜온 애국자다. 자기(sweetie)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