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9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출범해 트럼프 2기 최고 실세 조직으로 주목받았던 정부효율부(DOGE)가 사실상 해산됐다. 스콧 쿠퍼 백악관 인사관리처 국장은 23일 로이터에 “DOGE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최근 미 언론들이 보도한 DOGE 폐지설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DOGE는 활동 종료 시한이 내년 7월까지로 설정된 한시적 조직이었지만 예상보다 8개월이나 일찍 문을 닫은 셈이다.

DOGE는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후 일주일 만에 연방 정부 비용 절감 전담 조직 창설을 발표하면서 주목받았다. 트럼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를 개발해 국제 안보 지형을 바꿨던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유하며 “우리가 전에 볼 수 없었던 정부에 대한 기업가적 접근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재집권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수장을 맡기며 정부 조직과 공무원 구조 조정의 ‘칼자루’를 쥐여줬다.

부서 이름 약칭은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축약인 동시에 머스크가 가상화폐에서 적극적으로 띄운 도지(Doge) 코인과도 철자가 같다. 이 때문에 부서 이름 자체가 머스크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얘기가 나왔다.

머스크는 정부 구조 조정을 통한 ‘1조달러(약 1476조원) 삭감’을 목표로 내걸었다. 각 부처에 엔지니어·인사 전문가·변호사 등 최소 4명으로 구성된 팀을 배치하는 등 조직 구성에도 깊이 관여했다.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전임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관련 부서들을 없애고, 대외 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을 해체하고, 연방 정부 공무원들의 대량 해고를 주도하며 뉴스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공직 경험이 일천한 20~30대 중심의 직원들의 미숙한 일처리, 무리한 인력 구조 조정에 대한 법원의 제동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트럼프와 머스크가 서로 척을 지면서 조직의 영향력은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이민자·전기차·감세 등 각종 현안에서 이견을 보이며 충돌하던 트럼프와 머스크의 관계는 지난 6월 머스크가 트럼프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 트럼프가 격노하면서 사실상 파국을 맞았다.

DOGE는 역사속으로 사라지지만 연방 정부의 방만한 운영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방 예산 지출을 통제하는 재무부 결제 시스템에 대한 접근권도 확보했는데, 머스크는 “재무부 결제 승인 담당자들이 과거에 단 한 번도 결제를 거부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며 예산 낭비 실태를 지적했다.

머스크는 DOGE가 1750억 달러(약 242조원)의 연방 예산을 절약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활동 내역에 대한 세부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이 주장을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백악관은 DOGE의 역점 사업이었던 규제 축소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