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트럼프 정부가 제안한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구상에 대해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G20(20국) 회의에 참석한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정상 등은 22일 별도로 회동을 갖고 이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23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럽·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들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댄 드리스컬 육군 장관 등이 이끄는 미 대표단을 만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2일 이번 계획이 “상당히 익숙한 아이디어를 포함하고 있다”며 “이 계획은 지난여름 때처럼 재논의가 필요한 작업의 기반”이라고 했다. 초안(草案)에 담긴 항목 28개 중 상당 부분이 우크라이나가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마크롱은 “단순히 미국의 제안만으로는 될 수 없는, 더 광범위한 협의가 필요한 많은 것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목표로 출범한 26국 연합체인 ‘의지의 연합’이 회의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역시 “전쟁 종식 기회는 있지만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 G20 회의에 참석한 유럽 주요국과 일본·캐나다 등 11국은 공동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미국의 지속적 노력을 환영한다”면서도 “국경은 무력으로 변경해서는 안 된다. 해당 초안은 추가 작업을 요구하는 기반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이 제안한 평화 구상을 환영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1일 “이 계획은 최종적인 평화적 해결의 기반이 될 수 있다”며 미국과 세부 내용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푸틴은 또 “이 제안에 대해 중국·인도·북한 등 우방국에 설명했고, 모두 지지를 표했다”고도 했다. 푸틴의 경제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X(옛 트위터)에서 “선동자들의 선전 때문에 많은 사람이 트럼프의 평화 계획이 우크라이나가 더 많은 영토와 생명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임을 간과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