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국 워싱턴 DC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장례식에 조지 W 부시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부부가 참석해 앉아 있다. /AFP 연합뉴스

미 현대사에서 가장 강력한 ‘2인자’로 꼽히는 고(故) 딕 체니 전 부통령에 대한 장례식이 20일 워싱턴 DC 국립대성당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조지 W 부시,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카멀라 해리스, 마이크 펜스, 앨 고어, 댄 퀘일 전 부통령 등 각 진영의 ‘원로’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이 총집결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최근 정계 은퇴를 선언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전 하원의장, 공화당 최장수 상원 원내대표를 지낸 미치 매코널 등도 모습을 보였지만, 체니 일가와 악연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2001년부터 8년 동안 대통령-부통령으로 체니와 호흡을 맞췄던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체니에 대해 “그가 고른 음성, 차분하고 흥분하지 않는 태도로 생각을 전하면 우리는 모두 이성적 두뇌와 최고의 판단을 듣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체니를 만난 어떤 동료, 의원, 외국 정상도 그가 진지한 인물이라는 데 의심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체니는 네오콘으로 불리는 신보수주의자들의 맏형으로서 ‘선제 공격’과 ‘정권 교체’를 핵심으로 하는 강경 보수 노선을 주도했다. 9·11 테러 이후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도 실질적으로 그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계에서 은퇴한 뒤에도 체니는 공화당 내 대표적 보수 인사로 남았지만, 트럼프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2022년 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의 반(反)트럼프 선거운동 광고에 직접 출연해 “트럼프는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된 비겁자”라고 했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트럼프가 아닌 민주당 해리스 후보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체니 사후 추모 메시지를 별도로 내지 않았고, 이날 장례식에도 불참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참석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과 공화당 전통적 보수주의 사이의 깊은 분열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다.

20일 워싱턴 DC 국립대성당에서 딕 체니 전 부통령에 대한 장례식이 엄수되고 있다. /UPI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