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재집권을 전후로 대미(對美) 아웃리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부·기업 할 것 없이 워싱턴 DC에서의 로비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가운데, 신우진 미국 변호사는 19일 “우리 정부와 기업의 이슈가 왜 미국 정치인과 유권자에게 중요한지 이를 ‘미국 국내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좋은 로비스트를 고용하고도 이를 100%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신 변호사는 미국 내 대형 로펌인 넬슨 멀린스의 ‘경제개발 업무그룹’ 의장(chair)을 맡아 글로벌 제조업체의 미국 내 경제개발 프로젝트를 자문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미 연방 및 주(州) 정부 대관 업무 자문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신 변호사는 이날 오전 워싱턴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한미가) 우방이다, 혈맹이다는 건 악수하면서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좋은 얘기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정부나 기업이 원하는 효과를 내기에는 약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 정부·의회를 대상으로 로비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이슈를 국내화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일반 유권자들은 외국 이슈에 별로 관심이 없다.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것이 길게 봤을 때 미국 국내적으로 왜 중요하고, 정치인의 커리어에는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그런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지아주(州) 구금 사태, 3500억 달러(약 513조9800억원) 대미(對美) 투자가 포함된 무역 협상 등을 거치며 대미 로비 수요는 또 한 번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기업은 3년 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통과를 계기로 대미 아웃리치 투자를 늘렸고, 지금은 로비 시장에서 ‘큰손’으로 적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전 와일스 비서실장의 딸이 근무하고 있는 ‘콘티넨털 스트래티지’, 미·중 광물 전쟁 속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고려아연은 트럼프와 직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브라이언 발라드가 대표로 있는 플로리다 기반 ‘발라드 파트너스’를 고용한 것이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신 변호사는 “다행인 것은 우리 기업들이 지금까지 미국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고, 구슬을 정말 많이 뿌려놨다”며 “이제 이 구슬을 어떻게 꿰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기는 하지만 국내화할 수 있는 소재 자체는 굉장히 많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조지아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꼽고 있는 ‘한국인 전문직 비자 쿼터’ 법안도 의회를 상대로 한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신 변호사는 “가사 도우미를 쓰더라도 내가 집안일을 잘할 줄 알아야 그분들을 100% 활용할 수 있다”며 “로비도 마찬가지다. 미국 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한국 고객은 누가 실력자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니 전문가 조력을 받아 옥석을 구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트럼프 2기의 특징으로 “가장 중요한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주도하는 톱다운(top-down·하향식) 방식의 의사 결정이 강해졌고, 거래 형식으로 주고받는 협상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로비를 열심히 하는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주가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로비 필요성을 절감한 많은 외국 정부·회사가 트럼프 정부의 거래적인 추이에 맞춰 잘 대응해 나름의 성과를 얻고 있다. 기업들도 정부 활동을 단순히 서포트하는 것을 넘어 세부적인 품목까지 들어가서 (민원 해결을 위한) 로비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