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초당적 자문 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가 18일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은 자신들이 미국보다 책임감 있는 세계 경제의 관리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덤핑과 막대한 공급 과잉을 통해 세계에 심각한 일자리 손실과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방치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의 핵심 제조업 부문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해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산업 기반을 훼손할 것”이라고 했다. 2000년 설립된 위원회는 미·중 무역 및 경제 관계의 국가 안보상 의미를 분석해 매년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보고서는 “올해 중국의 무역 흑자는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9920억달러(약 1453조5776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국은 국제 무역 규칙의 수혜자이면서도 계속해서 이를 무시해 왔다”고 했다. 특히 철강, 전기차, 석유화학, 섬유 등 제조업 분야에서 과도한 생산으로 세계적인 가격 하락과 재고 부담을 야기하는 공급 과잉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차이나 쇼크 2.0’으로 명명했다. “기술 도용, 막대한 정부 보조금, 공격적 산업 정책의 결과로 고부가가치 제품도 대규모 생산을 하기 시작했고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제조업 부문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자동차 분야에서 자국 내연기관 수요의 2배가 넘는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디스플레이 산업에선 보조금에 힘입어 한국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스크린 시장 점유율을 5년 전 90%에서 60% 이하로 낮췄다고 했다.
보고서는 독일·일본 등과 함께 한국이 “수출 품목이 중국과 점점 유사해지면서 위험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동남아시아는 중국산 저가 섬유·전자제품 대량 유입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태국에서도 수천 개의 공장이 폐쇄된 사례를 언급하며 “글로벌 무역의 혜택을 누렸던 동남아 지역은 이제 중국 제품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탈산업화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브라질의 경우 “화학 산업이 저가 중국 제품에 밀려 17년 만에 최저 생산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보고서는 “이런 시장 왜곡은 파급 효과를 일으킨다”며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동유럽 전역 등에 걸쳐 가격 폭락, 정치적 불안, 중국에 대한 새로운 의존성을 야기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