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8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7년 만에 미국을 찾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18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갖고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트럼프는 빈살만이 배후로 지목됐던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해서도 빈살만을 감싸는 발언을 이어가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도 나왔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의장대 도열, 군악대 연주, 전투기 비행 등으로 이어진 환영식을 통해 빈살만을 극진히 환대했다. 오찬을 같이했고, 정·재계 주요 인사 120명을 초청한 공식 만찬도 주재했는데 여기에는 사우디에서 활동하고 있는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등이 참석했다. 호날두의 미국 방문은 10년 만으로 트럼프는 연설 중 “배런(막내아들)이 호날두의 팬”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오후 미국·사우디 비즈니스협의회가 빈살만 방문에 맞춰 주최한 고위급 리셉션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18일 미군 전투기 편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회담이 열린 백악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는 이날 사우디를 자유 진영 국가 못지않은 핵심 동맹으로 대우했다. 우선 중동에서는 맹방인 이스라엘만이 보유하고 있는 F-35 전투기 판매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만찬 자리에서는 사우디를 “주요 비(非)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주요 비나토 동맹국인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이스라엘 등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의 미국산 첨단 무기 도입과 핵심 군사 기술 이전 등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빈살만)는 그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옹호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빈살만에 비판적인 기사를 자주 쓴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됐고 사건의 배후로 빈살만이 지목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와 미국 관계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급속히 경색됐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날 빈살만을 감싸는 데 그치지 않고 카슈끄지에 대해 “매우 논란이 많은 인물로 많은 사람이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며 비난하는 듯한 말까지 했다.

빈살만은 “그 사건의 주된 목적은 미국과 사우디 관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었고 매우 고통스러운 사건이며 실수였다”며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미 언론 단체인 ‘내셔널프레스클럽’은 이날 성명에서 “기자 살해를 축소하거나 양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발언은 실제 그런 결과를 낳는다. 언론인이 폭력이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8일 백악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하고 있다. 7년 만에 미국을 찾은 빈 살만은 대미 투자액을 6000억달러(약 876조원)에서 1조달러로 늘리겠다고 했다. 2018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가 튀르키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뒤로 경색됐던 양국 관계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