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는 18일 의회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은 스스로를 세계 경제와 국제 질서의 ‘책임감 있는 관리자’라 주장하지만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와의 공조 심화를 통해 국제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체로 평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 과잉 생산과 보조금 지급을 통한 시장 왜곡 ▲ 회색 지대 활동과 군사적 위협 ▲ 공급망 병목 지점에 대한 무기화 등을 지적했다. 위원회는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2000년 10월 의회 산하에 설립된 초당적 자문 기구로 미·중 간 무역, 경제 관계가 국가 안보에 갖는 의미에 관해 매년 의회에 보고서를 내고 있다. 낸시 펠로시 전 연방 하원의장 보좌관 출신인 레바 프라이스가 위원장, 트럼프 정부 1기 때 국방부 인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랜들 슈라이버가 부위원장으로 있다.
위원회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모든 영역에서 구조적·전략적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며 미 정부가 단순한 경쟁을 넘어 장기적인 경쟁 체제 속 대중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방어 조치를 강화하고 산업·기술 기반을 재건할 것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올해 1조달러 이상의 역대 최대 무역 흑자를 기록하며 “전례 없는 수출 주도 성장을 이뤘다”며 이는 국가 보조금을 통한 ‘초대형 생산 능력’을 갖춰 글로벌 시장에 덤핑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봤는데 “동남아시아에선 저가(低價) 중국산 제품이 유입되며 공장 폐쇄, 대량 실업 등이 발생했고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에서는 정치 불안과 대(對)중국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는 미국과 동맹의 제조업 기반까지 위협해 국가 안보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중국과 벌인 ‘관세 전쟁’에서도 그 양상이 일부 나타났듯이 보고서는 희토류 등 핵심 광물에 대한 ‘공급망 병목 지점 무기화’도 중점적으로 다뤘다. 기초 반도체, 활성 제약 성분, 전략 광물 등 “핵심 분야에서 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세계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핵심 공급망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일부 품목의 수출을 중단할 경우 “미국은 의약품 같은 필수품이 부족하고, 경제·금융·전력·통신 등 핵심 인프라가 마비되는 즉각적인 혼란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2020년대 들어 공산당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해커 집단을 통해 미국 내 여러 산업 부문의 중요 인프라를 공격하는 이른바 ‘볼트 타이푼(volt typhoon)’ 작전을 벌이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회색 지대(gray zone)’ 활동 확대도 언급했는데 “남중국해 등에서 필리핀과 충돌하는 등 재래식 분쟁의 직전까지 가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고, 지역 밖에선 해저 케이블 절단과 사이버 공격 같은 회색 지대 전술을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행태는 중국이 불법 구조물을 설치하고 우리 해경·조사선을 압박하는 서해 바다에서도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중 용도’ 기술을 공급하며 전쟁 장기화에 일조하고 있고 이란과도 공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렇게 익힌 제재 회피 및 전시(戰時) 물류 기술은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고서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양안(兩岸) 갈등과 관련해 “인민해방군(PLA)이 훈련에서 즉시 봉쇄 및 침공으로 전환이 가능한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며 “대내외 선전 간 괴리를 통해 이미 국내에서는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이런 위기를 타개할 주요 정책으로 수출 통제·제재 집행 기능을 단일 기관으로 통합하고, 중앙정보국(CIA)이 수집하는 정보와 기타 산업 정보를 통합해 집행 권한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 밖에 ▲ 전력망에서의 중국산 부품 제거 ▲ 첨단 반도체 칩에 대한 통제 강화 ▲ 동남아 사기(스캠) 센터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 마련 및 국제 공조 강화 ▲ 양자 기술 선도국 도약을 위한 인프라 구축 ▲ 바이오 전략 산업화 ▲ 의약품 공급망 회복 및 동맹 위주 공급망 구축을 위한 조달 정책 강화 등이 보고서에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