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월 미국 마약단속국(DEA) 직원들이 압송된 파나마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호송하고 있다. /조선일보DB

베네수엘라 마약 조직 격퇴를 명분으로 미 해군이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카리브해에 진입시키자 AP통신은 “미국이 1989년 파나마 침공 이후 최대 규모 병력을 카리브해에 배치한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작전은 여러모로 파나마 침공 당시를 연상시킨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코카인 밀반입 루트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파나마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체포했던 일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상대로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89년 12월 20일 조지 H W 부시 미 대통령은 미군 약 2만7000명을 투입해 파나마를 침공했다. 나흘 전 노리에가 친위 병력이 파나마 운하를 지키는 미 해병대 검문소를 공격해 해병 한 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당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작전명은 ‘올바른 대의(Just Cause)’였다.

작전이 시작되자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 대원들이 노리에가의 개인 제트기와 보트를 폭파해 해외 도주를 막았고, 노리에가는 애인과 함께 바티칸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미군은 대사관을 포위한 뒤 대형 스피커로 헤비메탈 음악을 24시간 내내 틀어댔고, 노리에가는 대사관에서 11일 버티다 항복했다. 노리에가는 이후 미국 플로리다로 압송돼 마약 밀매·뇌물 수수·살인 교사 등의 혐의로 40년 형을 선고받았고, 미국·프랑스·파나마 등에서 30년 가까이 수감 생활을 하다 사망했다. 노리에가를 잡겠다며 주권국가인 파나마 침공을 단행한 것은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노리에가와 마두로 모두 미국이 합법적인 통치자로 인정하지 않고, 마약 밀매 혐의를 받는다는 유사성이 있다. 다만 베네수엘라와 파나마는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두 나라를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동일시하는 건 위험하다는 전문가 견해도 있다. 베네수엘라는 파나마보다 영토가 12배 크고, 인구(약 2850만명)는 1989년 파나마의 10배 이상이다. 당시 1만8000명의 파나마 방위군은 네이비실 대원을 포함해 미군 23명을 사살했다. 마두로는 현재 쿠바가 제공한 엘리트 경호 부대의 보호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