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전쟁부) 3인자인 엘브리지 콜비 정책담당 차관이 주요 정책과 관련해 의회와 제대로 상의하지 않고 있어 공화당 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14일 전했다. 콜비는 트럼프 정부의 새 국방 전략(NDS) 작성을 주도한 인물로, 주한 미군이 대북 억제에서 대(對)중국 견제로 역할을 확대하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을 주창해온 인물이다. J D 밴스 부통령과 특히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 주도권 경쟁 속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폴리티코는 “기능 장애를 겪는 워싱턴을 자신에게 반대하는 쪽으로 단결시킨, 보기 드문 성과를 이뤘다”고 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댄 설리번 의원은 지난주 인사 청문회에서 “트럼프 정부에서 연락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이 누군지 아냐”며 콜비를 직격했다. 그는 “(콜비가) 상원에 와서 ‘의회와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주요 사안에서는 전혀 그러지 않고 있다”고 했다. 로저 위커 군사위원장 역시 12월 발표가 있을 것으로 알려진 NDS와 관련해 “의회와 사실상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며 “이건 정말 제대로 된 방식이 아니다”라고 했다. 상원에 포진한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이 유럽, 인도·태평양 등에서 자원을 투사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콜비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루마니아 주둔 미군 일부 철수, 호주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오커스(AUKUS)에 대한 재검토, 우크라이나 지원 일부 중단 등이 ‘국가 안보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문제 의식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커 위원장은 콜비가 동맹과의 협의, 의회 동의 없이 유럽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철수시키려 한다고 지적하며 “트럼프 정책의 기본 방향은 옳지만, (콜비 등) 하위 관료들의 독단적인 행동이 혼란을 야기하고 국가 안보를 훼손하고 있다”고 했다. 콜비는 미국이 유럽 등에서 발을 빼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상원 인준을 받는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지명이 되기까지도 일부 우여곡절이 있었다. NDS 초안 작성 시점을 전후로 주요 내·외신을 상대로 비공개 브리핑도 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로키(low key·낮은 자세)로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콜비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지금보다 더 국방 지출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인데, 한국은 동맹 중에선 비교적 준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국방부 측은 콜비와 공화당 군사위 소속 상임위원 간의 갈등에 대해 “국방부는 의회와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긴다”며 “가능한 한 신속하고 투명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콜비가 뒤늦게 설리번 등과 ‘건설적 회동’을 가지며 수습에 나섰지만, 추후 오스틴 다머·존 노 국방부 차관보 지명자 등 이른바 ‘콜비의 사람들’이 인준을 받기까지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