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권리를 보호하는 나라 한국이 지금 중국 공산당의 박해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미국 정부처럼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중국 최대 지하교회를 이끌다 구금된 조선족 김명일(중국 이름 진밍르·56) 목사의 배우자인 류춘리씨와 장녀 그레이스 진씨는 최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의 종교 활동 제한이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7년 설립된 미등록 가정교회 ‘시온교회’를 이끌어 온 김 목사는 지난달 초 다른 목사 30여 명과 함께 불법 정보 유포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최근 40년간 기독교 인사를 대상으로 한 최대 규모 체포였다.
헤이룽장성 출신으로 베이징대를 졸업한 김 목사는 1989년 천안문 사태를 계기로 입교(入敎)했고, 미국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중국으로 돌아와 복음주의 성향 시온교회를 이끌었다. 현재 중국 내 40여 도시에서 주일 예배를 운영하고 있고, 약 5000명이 온라인에 접속해 설교를 듣고 예배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산당의 활동 제약이 심해지면서 김 목사는 배우자와 딸을 2018년 미국으로 이주시켰다. 류씨는 “(당국이) 예배당 1층에 카메라를 설치해 출입자를 파악하겠다는 것을 반대한 뒤부터 많이 힘들어졌다”며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을 일일이 다 찾아가 으름장을 놓았다. 핍박을 피해 미국으로 왔고, 남편을 보지 못한 지 7년이 넘었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은 교회를 제외하고 가정 등에서 설교·예배 등을 벌이는 종교 활동을 불법화하고 있다. 류씨는 광시좡족자치구 베이하이에 구금돼 있는 남편의 소식을 변호사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듣고 있다고 한다. 그는 “중국 헌법은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나, 권위주의는 교회를 포함해 모든 것을 통제의 대상으로 본다”고 했다.
김 목사와 종교 지도자들의 체포는 미국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 장관은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 의원과 샘 브라운백 전 국무부 종교자유담당 대사는 “외교관들이 모든 고위급 교류에서 김씨의 이름을 언급해 공산당 지도자들에게 종교 탄압이 역효과를 낳는다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고 했다. 류씨는 “인도주의 정신 아래 이렇게 목소리를 내 지원해 주는 것이 너무 감사한 일”이라며 “우리 부부가 한국 국적은 아니지만 같은 피가 흐르는 한민족으로, 한국 정부가 한마디라도 보태준다면 너무 고마울 것”이라고 했다.
장녀 진씨도 “아버지뿐 아니라 구금된 다른 목사들의 무조건적 석방이 이뤄질 때까지 끈질기게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진씨는 2018년 미국으로 온 뒤 의회 등에서 일했다. 한국 이름은 ‘김정아’라고 한다. 그는 “한국 문화는 우리 가족 정체성의 큰 부분 중 하나로,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한국 사람들이 노래하는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한국 축구팀도 응원했다”며 “한국은 항상 ‘기도의 등대(beacon of prayer)’ 같은 존재였는데, 지금 고통받는 형제자매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