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립 경주박물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한국이 필리조선소에서 핵잠수함(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무부·백악관 고위직을 지낸 전직 당국자는 3일 “정부 관계자들의 후속 조치나 발언이 없어 더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한국인들은 누구보다 탁월한 조선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초기의 산업적 난관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기술적·정치적 측면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이 전직 당국자는 이날 오전 워싱턴 DC에서 한국·일본 언론 등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트럼프가 한국 핵잠을 승인한 것을 “이번 아시아 순방의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로 꼽으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혀 상당한 파장을 낳았다. 그러면서도 건조는 자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핵잠 동력원인 저농축 우라늄을 미국에서 공급받아 국내에서 건조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 구상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한화오션이 2023년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엄밀히 따지면 미국 기업이기도 하고, 조선소 내에 잠수함을 건조할 인프라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 인사는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해 (아직)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었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더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훨씬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한 분야”라고 했다. 국무부는 전통적으로 비확산을 중시해왔고, 에너지부도 우리 정부가 ‘핵(核) 주권 확대’를 주장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이 전직 당국자는 “핵잠 도입 초기 단계에서 마주할 상당한 산업적 난관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인들은 탁월한 조선 능력을 갖고 있어 해낼 수 있지만 기술·정치적 측면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핵잠 승인’ 약속을 문서화하는 일이 필요하고, 우리 구상대로 농축 우라늄만 공급받는다고 해도 핵 연료의 군사적 이용을 금지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필요하다. 호주의 경우 2021년 9월 오커스(AUKUS)를 체결해 미국으로부터 핵잠을 제공받기로 했지만,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이에 대한 재검토를 착수한 상태다.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선 “미국도 자수함이 부족한데 왜 외국에 줘야 하냐”는 논리가 힘을 받고 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어려움이 있지만 지난 5년 동안 이룬 성과가 놀랍다”며 “트럼프도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 호주와의 핵 프로그램 진전에 더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라고 했다.

한편 이 전직 당국자는 지난달 30일 미·중 회담과 관련해서는 “대만 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점이 매우 의미심장하다”며 “중국에 이 문제가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고, 내년 4월 트럼프가 중국을 방문할 때 이를 거론할 계획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첨단 반도체 판매 제한 같은 기술 통제를 놓고는 “여러 핵심 상원의원 등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접촉해 일부 우려를 표한 것이 분명하다”며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주변의 인사들 사이에서 (방향을 둘러싼) 상당히 심각한 갈등이 있다”고 했다. 이 인사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한 것을 두고는 “행정부의 노력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이로부터 큰 안도감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