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해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1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확대 국방장관 회의에서 “중국이 물대포를 쏘고 선박을 들이받으며 각국의 주권 수역과 남중국해를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며 “우리는 갈등이 아닌 평화를 추구하지만, 중국이 여러분이나 다른 누구를 지배하려 하지 않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했다. 헤그세스는 이번 아세안 방문을 계기로 대중(對中) 견제의 핵심 우방국인 필리핀과 ‘남중국해 억지력 확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고, 인도·말레이시아 등과도 국방 협력에 나섰다.

헤그세스는 이날 회의에서 “중국의 도발적 행동이 아세안 등 각국의 영토 주권을 위협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회의에는 아세안 10개 회원국,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인도·호주·뉴질랜드 등 7개 파트너 국가 국방 수장들이 모였다. 헤그세스는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강압적 행동을 하는 “위협·괴롭힘·불법 행위의 사례들이 공유되고 있다”며 “이는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했다. 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16년 7월 중국이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구단선(九段線·아홉 개의 선)을 그어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 것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지만, 그런데도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필리핀이 주장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순시선 등을 파견하며 갈등을 이어왔다.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 설치된 중국 구조물 사진. 중국이 ‘선란(深藍) 2호’라 이름 붙인 철제 구조물에 사람들이 보인다. 좌측하단에는 이동을 위해 보트도 떠 있다./이병진 의원실

이 같은 중국의 패권주의는 서해에서도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지난 2월에 이어 지난달 말에도 잠정조치수역(PMZ)에 중국이 설치한 무단 철제 구조물을 놓고 이를 조사하려던 우리 해양 조사선을 중국 해경이 15시간 동안 추격·압박하는 일이 있었다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밝혔다. 헤그세스는 “해상 감동 등 공동 대응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며 “침략과 도발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누구든 그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회의 후엔 중국 견제용 비공식 안보 협의체인 이른바 ‘스쿼드’ 회원국인 일본·호주·필리핀 국방장관과 별도로 회의를 갖고 인도·태평양 안보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헤그세스는 전날 둥쥔 국방부 부장과의 회담에서도 남중국해와 대만 주변에서의 중국 활동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인·태 지역의 우방국과 더욱 밀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헤그세스는 아세안 회의 계기 필리핀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남중국해 위기·침략에 단호히 대응하기 위한 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장군 또는 장성급 장교가 이끄는 약 60명으로 구성되는데, 그간 필리핀 현지에서 해상 경계 정보와 수상 드론 운용 훈련 등을 제공하며 군사 작전을 지원해온 활동을 확대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헤그세스는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강압 행위에 우려를 공유한다”며 “우리는 억지력을 재확립하고 동맹을 발전시키기 위해 끈질기게 일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인·태 사령부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무력 과시 등을 하기 위해 하이마스(HIMARS·고속 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 등 정밀 타격 시범을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CBS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