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6년 만의 회담을 갖고 일부 무역 합의를 이룬 가운데, 백악관은 이틀 만인 1일 관련 내용을 망라하는 공식 문서인 팩트시트를 공개했다. 트럼프와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 회담은 이보다 하루 앞선 29일 이뤄졌으나 아직 이를 명문화한 문서는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관세 협상의 주무 장관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우리 정부 설명과는 달리 반도체 관세가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고, 한국이 시장 개방을 100% 약속했다고 주장하면서 한미가 여전히 디테일을 놓고 조율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가 ‘경제적 합리성’을 따져 합의를 거친다는 3500억 달러(약 500조 7500억원)의 대미(對美) 투자처 선정 역시 러트닉,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은 알래스카주(州) 에너지 프로젝트를 벌써 호명하고 있다.

백악관은 토요일인 이날 오후 팩트시트를 공개하며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시 주석과 무역·경제 협정을 체결했다”며 “미 노동자, 농민, 가정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미국의 경제력과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거대한 승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과’로 중국의 시장 개방을 통한 미국산 대두(大豆·콩) 및 기타 농산물 수출 허용, 미 반도체 제조업체 및 기타 주요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 중단, 희토류 및 기타 주요 광물에 대한 통제 효과적 철폐,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전구 물질의 미국 유입 차단 등을 거론했다. 트럼프는 중국에 부과한 ‘펜타닐 관세’ 20%포인트를 10%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는데, 31일 중국이 단속에 성의를 보이면 10%포인트 더 인하해 아예 철폐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중국이 미국의 ‘해상·물류·조선 분야 지배력 확보’에 대한 무역확장법 301조 조사 발표에 대한 보복 조치로 취한 조치를 철회하고, 다양한 해운(海運) 업체에 부과한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 한 대목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반(反)외국제재법을 적용해 한화필리조선소 등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미 정부는 이를 ‘경제적 강압’이라 규정하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잇따라 비판 성명을 냈는데 중국 측이 이런 항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도 중국 해상·물류·조선업 등을 겨냥해 시행한 조치를 1년간 중단하기로 했는데, 백악관은 “미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일본과 역사적인 협력을 계속하면서 중국과 협상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밖에 중국은 올해 남은 2개월 동안 최소 1200만t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고, 향후 3년간 최소 2500만t의 대두를 구매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 공급망을 구성하는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반독점 조사를 끝내기로 했고,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가 중국 내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전 세계에 수출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은 펜타닐 유입을 막겠다며 부과한 관세 중 10%포인트를 10일부터 인하한다. 또 그간 네 차례 고위급 협상을 통해 대폭 낮춘 100%대 관세율을 내년 11월 10일까지 1년 더 유지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한국과 체결한 합의에 대해서는 “미국 일자리 창출, 에너지 지배, 기술 리더십, 한미 해양 협력에 도움이 되는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확보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