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아, 핼러윈 축하한다. 그리고 기억해. 꼭 고맙다고 말하는 걸!”
핼러윈을 맞은 지난달 31일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틱톡, X(옛 트위터) 등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10초짜리 영상을 하나 올렸다. 문을 열더니 빨간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밴스는 갈색 곱슬머리 가발을 쓰고 있었다. 이어 오른손을 단호하게 들더니 “꼭 고맙다고 말하는 걸 기억하라”고 했다. 이는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처음 백악관을 찾았을 당시 “왜 고맙다고 말하지 않냐”고 쏘아붙인 자신의 말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었다. 이 발언으로 밴스는 인터넷에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고 젤렌스키를 윽박지르는 그의 표독스러운 모습이 밈(meme·유행 콘텐)으로도 거듭났는데, 핼러윈을 맞아 이를 유쾌하게 재해석한 것이다.
소셜미디어로 뉴스를 접하고 정치를 소비하는 유권자가 많아지면서 정치인은 밈 하나에 흥하고, 밈 하나에 망하기도 한다. 가발을 쓴 부통령의 모습에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틱톡에서는 영상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800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기록했고, 댓글도 16만개 이상이 달렸다. X에서도 밴스가 올린 사진 기준 조회 수가 4000만회가 넘었고 5만회 이상 공유됐는데, 폭스뉴스는 “밴스가 이번 핼러윈 바이럴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것 같다”며 “몇 달 동안 자신을 따라다닌 밈을 이용해 자신을 희생했다. 소수의 정치인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밴스와 가깝고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 수백만 오디언스를 갖고 있는 베니 존슨은 “밴스에게 핼러윈 날 어떤 옷차림으로 분장할 계획인지 물었더니 인터넷을 뒤집을 것이라 말했다”며 “실제로 그렇게 됐다. 우리는 최고의 타임라인 시대에 살고 있다. 설명이 필요 없는 가장 강력한 정치 밈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밴스의 영상은 자신의 관처인 워싱턴 DC 해군관측소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한다. 밴스에게 비판적인 일부 민주당 지지 성향 네티즌들조차 “그는 밈을 완전히 제대로 이해한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트럼프가 미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3선 도전 여부에 대해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밴스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과 더불어 현재로서는 트럼프의 뒤를 이어 ‘매가 왕국’을 이끌 후계자로 꼽힌다. 배우자인 인도계 우샤가 트럼프 정부의 주요 의사 결정에 법률 자문을 했다는 사실도 최근 알려져 미 정가에서는 차기 대선 프로젝트가 벌써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백악관을 비롯해 국무부·국방부 등 주요 부서 곳곳에는 ‘밴스의 사람’들이 배치돼 활약을 하고 있다. 새 국방 전략(NDS)을 총괄하고 있는 엘브리지 콜비 정책담당 차관이 대표적인 친(親)밴스파 인사다.
연방 정부 셧다운 장기화에도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들은 핼러윈 날 분주한 모습이었다.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핼러윈 파티를 주최했는데, 이번 주 아시아 순방을 다녀온 트럼프가 14시간 비행기를 타고 내리자마자 사우스론에서 아이들에게 1시간 동안 사탕을 나눠줬다. 이번 순방에 동행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의 얼굴도 보였는데, 두 살배기 아들인 니콜라스는 호박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숀 더피 교통장관 부부는 세 자녀와 함께 핼러윈 코스튬을 입은 사진을 공유했는데, 배우자 레이철은 “우리가 50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핼러윈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