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대규모 학살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나이지리아를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했다.
트럼프는 3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가 실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을 받고 있다”며 “기독교인 수천명이 살해당하고 있으며,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들(radical Islamists)이 대량 학살의 배후에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기독교인을 비롯해 특정 집단이 학살당하는 일이 발생하면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며 “미국은 전 세계 기독교 인구를 보호할 준비·의지가 있으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매년 각국의 종교 자유 상황을 평가해,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이를 용인하는 국가를 특별우려국(Country of Particular Concern·CPC)으로 지정한다. 가장 최근 지정은 2023년 12월로, 당시 중국·이란·북한·러시아 등 12개국이 포함됐다. 트럼프는 이번 조치를 두고 라일리 무어, 톰 콜 등 미 의회 의원들과 하원 예산위원회에 관련 조사를 지시했다.
아프리카 최대 인구와 경제 규모를 가진 나이지리아에서는 수십년째 이슬람 추종 세력과 기독교 세력 간 충돌이 이어져 왔다. 이슬람 신자들은 주로 북부에 거주하고 기독교인들은 남부에 집중된 상태로, 두 종교가 사실상 나이지리아 종교 지형을 양분해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특히 2002년 결성된 이슬람 근본주의 과격 무장단체인 ‘보코하람(Boko Haram)’의 폭력 행위가 주요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보코하람은 서구식 교육과 문화를 ‘신성모독’으로 규정하고, 북부 지역의 ‘칼리프 국가(이슬람 신정일치 국가)’ 수립과 기독교도 처형 등을 주장하며 민간인을 무차별 공격해 왔다. 보코하람이란 말 자체도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라는 뜻이다.
보코하람과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 지부(ISWAP)’ 등은 2009년부터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며 나이지리아 동북부 일대에서 테러를 가하고 있다. 유엔(UN)은 지난 16년간 이들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3만5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약 200만명의 피란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9월에도 동북부 보르노주 다룰 자말 마을에서 보코하람의 습격으로 주민 최소 63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토바이를 탄 무장대원 수십 명이 마을을 급습해 남성들을 살해하고 주택에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