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경북 경주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6년여 만의 정상회담을 가진 뒤 “중국이 펜타닐의 미국 유입 방지를 위한 많은 노력을 하기로 했다”며 “(중국에 부과한)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10%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펜타닐 관세는 미국이 펜타닐 유입을 문제삼아 중국에 추가적으로 부과한 관세다. 트럼프는 또 “중국이 미국산 대두 구매를 즉시 재개하는 등 막대한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희토류·핵심 광물의 공급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전했다. 올해 내내 계속된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일단은 봉합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시 주석과 만나 약 100분 동안 회담을 가졌다. 이후 워싱턴 DC로 귀국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멋진(amazing) 회담이었다” “10점 만점에 12점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올해 초 이른바 ‘좀비 마약’이라 불리는 펜타닐의 원료가 중국에서 멕시코·캐나다를 통해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이를 구실로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는데 10%로 10%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이로써 “대중(對中) 관세는 47%로 낮아졌다”고 했다. 이는 이전 정부가 부과한 관세에 펜타닐 관세 10%, 기본 관세 10%를 합한 수치다. 중국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최근 시행한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그리어는 “우리는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수출 통제에 집중했으며 중국이 공급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헤어지기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안보 분야에선 관심을 모았던 대만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종전(終戰)을 위해 양국 정상이 협력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트럼프는 “내년 4월에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시 주석이 미국을 답방하기로 했는데 플로리다주(州) 트럼프 소유 리조트에서 열리는 G20(20국) 정상회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두 정상이 만난 건 6년 4개월 만으로 이날 회담에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미·중이 올해 내내 계속된 무역 전쟁의 일시적 휴전(休戰)에 이르렀지만, 안보·경제 패권 등을 둘러싼 미·중 경쟁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는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서 매우 수용 가능한 형태로 합의를 했다”며 “많은 결정이 이뤄졌고 남은 것이 많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는 미·중 회담을 끝으로 재집권 후 첫 방한(訪韓) 일정을 마무리했다. 백악관 풀 기자단은 “이날 오후 1시 3분쯤 트럼프가 전용기에 올랐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가능성을 점쳤던 북한 김정은과의 깜짝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는데, 그는 “너무 바빠서 김정은과 대화하지 못했다”며 “김정은을 만나러 다시 올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북한을 ‘핵 보유 세력(nuclear power)’이라 지칭하고,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까지 시사했지만 김정은은 여기에 응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방한 직전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