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고, 이번 (아시아) 방문에서 그와의 회담이 우리의 초점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한국에 도착한 후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와 시진핑은 30일 오전 부산에서 6년 만에 만나 사실상 ‘무역 전쟁 담판’ 성격의 정상회담을 갖는다. 트럼프가 재집권한 뒤 상호 관세, 희토류·핵심 광물 수출 통제 같은 날 선 조치들을 주고받으며 벼랑 끝 무역 전쟁을 벌이던 미·중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일시적 휴전(休戰)을 선언하고 주요 의제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다. 트럼프는 이날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일부 인하할 수 있다고 밝히며 “내일은 대부분의 사람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날로, 우리나라와 세계를 위해 매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번 회담이 긍정적 성과를 거두고,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에 새로운 길잡이가 되도록 추동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펜타닐 관세를 낮출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 “나는 그들(중국)이 펜타닐 문제 해결에 협력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관세를)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이른바 ‘좀비 마약’이라 불리는 합성 마약 펜타닐의 원료가 중국에서 대량 유입되고 있다며 관세를 20% 부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펜타닐 관세를 10%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는데, 트럼프는 보도를 부인하지 않은 채 “핵심 논의 사항 중 하나가 될 것이고 큰 진전을 이룰 것 같다”고 했다.

시진핑 머물 숙소 ‘삼엄한 경비’ - 11년 만에 한국을 찾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머물 경북 경주 코오롱 호텔 인근에 29일 오후 경호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경찰은 경북 도내 전체에 ‘갑호 비상’을 발령했다. 시진핑은 30일 부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6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진다. /장련성 기자

미·중은 지난 25~26일 말레이시아에서 고위급 협상을 통해 회담 의제를 조율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중국이 당초 12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하고, 미국은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할 예정이었던 100% 추가 관세를 철회하는 데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 갈등의 핵심 현안 중 하나인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 문제도 “시 주석의 잠정 승인을 받았다”고 했는데 합의문이 발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밖에 중국의 미국산 대두(大豆) 수입 재개, 미·중이 이달 14일부터 상대국 선박에 부과 중인 입항(入港) 수수료 인하, 미국의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 같은 대중 제재 조치 동결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약 180만톤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밝히라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대만 문제를 두고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는 “대만과 관련한 논의를 할지조차 모르겠다”고 했다. 또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프로세서인 ‘블랙웰’ 반도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 밝혀 대중국 수출을 무역 협상의 일환으로 허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가 내년 상반기 중국을 방문한다고 했고, 시진핑도 하반기 G20(20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 미·중 관계가 일시적 휴전을 넘어 해빙 무드로 전환될 수 있다. 이 경우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중 패권 경쟁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기 때문에 이번 회담 결과와 관계없이 갈등이 언제든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조야(朝野)의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합의를 하더라도 ‘확전 자제’ 수준의 타협이 될 가능성이 높고, 앞으로 미·중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