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이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1년간 유예하고, 미국은 중국에 부과하기로 한 100% 추가 관세를 철회하는 중재안에 잠정 합의했다. 펜타닐, 틱톡, 대두(大豆) 등 양국 무역 갈등 핵심 쟁점에서 큰 틀의 조율이 이뤄짐에 따라 서로를 겨냥해 새로 뽑아들었던 칼을 집어넣은 것이다. 양국이 ‘확전 자제’로 타협점을 찾으면서, 30일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에서 11월 10일 만료되는 양국의 보복 관세 부과 유예 조치도 재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5~26일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말레이시아에서 고위급 무역 회담을 가진 직후 “양국 정상이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한 실질적인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방송에 출연해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해 “중국이 이 조치를 1년간 연기한 뒤 (시행 여부를) 재검토할 것으로 본다”면서 “그 결과 (미국이 중국에 추가로 부과하는) 관세도 피하게 됐다”고 했다. 베선트는 미·중 쟁점 사안인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세부 사항이 조율됐고, 이번 주 목요일(30일) 한국에서 양국 정상이 거래를 최종적으로 성사시킬 것”이라고 했다. 리청강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도 협상 직후 “양국이 일부 방안에 초기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미국의 대(對)중국 상호 관세 유예 연장, 펜타닐 관세, 무역 확대, 수출 통제 등 의제에 대해 교류했다”고 밝혔다.
27일 양국 외교장관 전화 통화에서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양국이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압박 일변도의 접근을 버린다면 관계를 안정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미·중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이며, 고위급 교류를 통해 세계에 긍정적인 신호를 발신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美재무 “틱톡 매각 미중 정상회담서 최종 성사시킬 것”
미·중 고위급 인사들이 27일까지 조율한 의제들은 각국의 승인 단계를 거쳐, 30일 양국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르게 된다. 정상회담의 ‘전초전’ 성격으로 열린 고위급 무역 회담에서 타협점을 찾은 것은, 양국 모두 무역 갈등 확전이 가져올 파국을 피해야 한다는 데 이해가 일치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서 호주·일본 등 우방국과 뒤늦게 공급망 구축에 나섰지만, 트럼프 임기 안에 이를 완전히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관세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의 관세 인상이 장기화될 경우 자국 경제에 주는 타격이 크고, 미국의 대중국 기술 통제가 확대될 경우 인공지능(AI)·반도체·양자 컴퓨터 등 첨단 기술 자립에 걸림돌이 된다. 중국으로서는 경제 위기 대응과 기술 발전의 시간을 벌기 위해 미국과의 극한 경쟁을 당분간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합의 결과를 함께 잘 이행하고, 양자(兩者) 경제 무역 관계가 끊임없이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도록 추진하자”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뿐 아니라 미국산 대두 수입 확대, 펜타닐(합성 마약의 일종) 통제 등의 ‘양보’를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베선트는 이와 관련해 “미국 농부를 위한 (중국의) 대규모 농산물 구매에 대해서도 합의했고, 중국이 미국을 황폐화하는 펜타닐 문제 해결을 돕기로 했다”고 전했다.
부산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일정 부분 합의가 도출되면 양국 정상이 내년에 서로 상대국을 방문하며 해빙 모드가 가속될 전망이다. 베선트는 이날 트럼프가 내년 음력설(2월 17일) 이전에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과 다시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역시 내년 가을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에 있는 트럼프 소유 리조트에서 열리는 G20(20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년 만에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우리는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며 “중국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고, 미국에서는 워싱턴 DC나 (자택이 있는) 마러라고 중 한 곳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양국의 구조적 갈등은 해소되기 어렵고 기술·공급망·안보 경쟁이 지속되며 언제든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